아시아의 큰 손들이 대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일본에 대해 변함없는 신뢰를 보여주고 있다.
홍콩 재벌 리카싱의 아들 리처드 리가 이끄는 퍼시픽 센추리 그룹이 일본 홋카이도에 1000억엔(약 1조3300억원)이 넘는 거액을 투자해 호텔과 별장을 갖춘 호화 리조트를 개발하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2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퍼시픽 센추리 그룹은 대규모 숙박시설을 갖춰 아시아의 재벌들을 일본으로 불러들여 돈벌이 기회를 늘린다는 계획이다.
말레이시아의 프란시스 요가 이끄는 YTL그룹도 지난해 60억엔을 들여 홋카이도에 있는 니세코 호텔을 인수했다.
중국 자동차 부품메이커인 다이롄르둥쑤랴오자궁(大連日東塑料加工)은 지난 3월 일본 자회사를 통해 도쿄증권거래소 2부에 상장한 부품업체 이쿠요의 지분 30%를 확보하면서 일본 투자를 확대했다.
이같은 아시아 재벌들의 일본 투자 열기는 3월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으로 해외자금이탈이 심각할 것이라던 시장의 예상과 전혀 다른 모습이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아시아 부유층에 대일 투자 유치사업을 진행하고 있는 HSBC는 “아시아 투자자들은 대지진 이후 일본 건물의 내진성을 확인하고, 좋은 물건을 저렴하게 살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아시아 투자자들은 대지진 이후 거액의 자금을 일본 증시에 쏟아부었다.
도쿄증권거래소에 따르면 3월 아시아 투자가들은 5500억엔어치의 일본 주식을 순매수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래 최대 규모다.
아시아의 순매수액은 단순 수치로 보면 9286엔을 기록한 북미지역 다음으로 많았지만 일본 자회사나 신탁은행을 통한 경우까지 포함하면 북미 지역보다 많은 것으로 확인됐다.
UBS증권의 트레보 힐 주식본부 부장은 “투자 의사결정이 어디서 이뤄졌는지를 기준으로 분류하면 아시아 투자자가 최대 매수자였다”고 말했다.
일본 투자자들도 자국 내 투자 열기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흥국 투자자금을 회수해 일본에 재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일본 투자자들이 4월 한 달간 인도 증시에서 190억엔의 자금을 빼내갔다고 23일 보도했다. 이코노믹타임스는 일본 투자자들이 인도에서 빼낸 자금을 일본에 재투자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인도 증시는 올 들어 11% 빠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는 반면, 일본증시의 닛케이225지수는 대지진 이후 13% 상승했다.
다이와자산운용의 이시바시 도시로 사장겸 최고경영자(CEO)는 “일본 투자자들은 신흥국 펀드를 대량 매도했다”면서도 “그러나 이것이 신흥시장에 대한 신뢰를 저버린 것은 아니다”고 지적했다.
이시바시 사장은 “신흥국 시장 펀드에 재투자할 계획이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