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정부가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의 일부를 공개했다.
그리스 재무부는 23일(현지시간)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 주재 아래 중기(2011~2015년) 재정 전략 계획을 의제로 열린 각의를 마친 후 성명을 통해 "각의는 야심 찬 민영화 프로그램의 초기 성과를 위해 통신회사 OTE, 국영은행인 포스트뱅크, 피레우스·테살로니키 항만, 테살로니키 수도 등 공기업에 대한 정부지분 매각 절차를 즉각 개시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재무부는 OTE와 포스트뱅크에 대한 정부지분 전부(16%, 34%), 피레우스·테살로니키 항만에 대한 정부지분 최대 75%를 각각 올해 매각 대상으로 삼았다.
재무부는 "민영화 계획을 가속하기 위해 국부펀드를 창설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당초 계획은 오는 2013년까지 150억유로(약 23조원), 2015년까지 500억유로를 각각 확보한다는 목표였으나 민영화 프로그램 초반에 상당한 성과를 내야 한다는 유로존(유로화 사용국)의 압력 아래 이를 수용한 것으로 관측된다.
민영화 프로그램은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 등이 추가 지원의 핵심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사안이다.
게오르게 페탈로티스 정부 대변인은 각의에서 "국내총생산(GDP) 대비 7.5%로 설정한 올해 재정 적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60억유로의 추가 긴축 조치들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앞서 파판드레우 총리는 "우리는 국가 부도의 위협에서 벗어나 국가를 구조조정과 성장의 궤도에 올려놨다"면서 "후퇴는 허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고 현지 뉴스통신 ana-mpa가 보도했다.
이날 각의는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의 세부 내용과 올해 재정 적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추가 긴축 조치들을 핵심적으로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긴축 조치들과 관련해 부가가치세 추가 인상, 공공부문 정규직 인력 해고를 포함하는 공공부문 지출 추가 삭감 등이 검토되고 있다고 현지 언론들이 전했다.
가계에 대한 세금감면 조치들을 일부 폐지하는 방안과 연소득 8만유로(약 1억2280만원) 이상의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시적인 추가 세금 부과, 고가 부동산에 대한 세금 도입 등의 방안도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리스 정부는 중기 재정 전략 계획을 수립하는 한편, 24일 파판드레우 총리와 야당 지도자들 간 면담을 통해 이 계획에 대한 야권의 협조를 당부할 계획이다.
이어 정부는 이번주 중 긴축 프로그램 이행에 대한 분기별 평가를 벌이는 유럽연합(EU)-유럽중앙은행(ECB)-국제통화기금(IMF) 공동전문가팀과 중기 재정 전략 계획에 대한 협의를 벌일 예정이다.
재무부는 EU-ECB-IMF 공동전문가팀의 분기별 이행 평가는 다음달 초 끝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날 그리스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전일 대비 0.43%포인트 뛴 17%대로 치솟았다.
지난 주말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가 그리스 국가 신용등급을 3단계 강등한데다 또다른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이탈리아의 국가 신용등급 전망을 하향 조정하면서 유로존 재정 위기 우려가 확산됐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그리스 정부가 애초 계획대로 내년 국제금융시장에서 자금조달을 재개하기 어렵다고 보는 한편, 재정 위기 완화 방안으로 채무조정이 선택될 수도 있는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와 관련, 올리 렌 EU 경제·통화담당 집행위원은 이날 빈에서 기자들에게 "채무조정이 논의되고 있지 않지만 자발적인 차원에서의 국채 만기연장 가능성은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