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 故 폴 새뮤얼슨

입력 2011-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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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20세기 마지막 통합적 경제학자

(편집자주 : 금융위기와 유럽발 재정위기를 거쳐 중동의 ‘재스민혁명’까지, 글로벌 경제는 격동의 시기를 겪고 있다.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 깊은 고찰과 비전으로 정책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석학들의 시각은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이 시대를 이끌고 있는 석학들의 비전을 분석하고 상아탑을 넘어 실물 경제의 정책을 주도하는 인물들의 경제이론과 그들의 삶을 조명한다.)

<글 싣는 순서>

① 라구람 라잔 시카고대 교수

② 로버트 실러 예일대 교수

③ 케네스 로고프 하버드대 교수

④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

⑤ 폴 크루그먼 프린스턴대 교수

⑥ 제프리 삭스 컬럼비아대 교수

⑦ 조지프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

⑧ 로버트 먼델 컬럼비아대 교수

⑨ 존 내쉬 프린스턴대 박사

⑩ 앨빈 토플러 뉴욕대 학사

⑪ 폴 새무얼슨 하버드대 박사(2009년 사망)

⑫ 오마에 겐이치 UCLA 교수

⑬ 다케나카 헤이조 게이오대 교수

⑭ 사카키바라 에이스케 아오야마학원대 교수

⑮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교수

▲△1915년 5월15일 인디애나주 게리 출생 △1935년 시카고대 졸업 △1936년 시카고대 석사학위 취득 △1941년 하버드대 경제학 박사학위 취득, MIT 교수, 국가자원기획위원 △1948년 ‘경제학’ 출간 △1945년 전시생산위원회 평의원 미국학술회 회원 △1965년 국제경제학회 회장 △1970년 노벨경제학상 수상 △2009년 12월 13일 타계

“20세기 가장 저명한 이코노미스트” “경제학계의 위대한 스승”

‘현대 경제학의 아버지’로 추앙받는 고(故) 폴 새뮤얼슨 교수를 추모하는 이들은 한결같이 말한다.

2009년 12월 13일 향년 94세를 일기로 타계하기 전까지 새뮤얼슨 교수가 세계 경제학계에 미친 영향력은 지대했다.

그가 1948년 펴낸 ‘경제학(Economic)’은 41개국어로 번역돼 400만부 이상이 출간되며 원론 교과서로는 처음 세계 베스트셀러로 기록됐다.

심오한 케인즈의 사상을 학생들이 이해하기 쉽게 풀어 쓴 것이 학계의 호응을 얻은 것이다.

존 메이너드 케인즈는 정부의 재량적인 정책에 따른 유효수요의 증가를 강조하는 케인스 경제학의 창시자다.

‘경제학’은 현재까지 50년 넘게 정기적으로 개정판이 출간되고 있으며, 그레고리 맨큐의 ‘맨큐의 경제학’과 함께 전세계 경제학도들의 양대 바이블로 통하고 있다.

새뮤얼슨이 경제학계의 최고 권위자로 추앙받는 것은 공공재정·거시경제·국제경제·무역·경제사상사에 이르기까지 경제학의 거의 모든 분야를 망라하며 현대 경제학의 초석을 다졌기 때문이다.

그는 고전학파의 미시적 시장균형이론과 케인즈의 거시경제 이론을 접목시켜 ‘신고전파 종합(Neo classical Synthesis)’ 이론이라는 새로운 학문체계를 확립했다.

신고전파 종합이론은 완전 고용을 위해선 적절한 정부개입이 필요하지만 일단 완전 고용이 달성되면 오직 수요와 공급이라는 시장의 메커니즘에 맡겨 경제를 자율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자유방임주의를 신봉하는 시카고대 출신이면서 정작 정부의 시장 개입을 강조하는 케인즈 이론을 지지한 것이다. 이는 시카고대 생활과 1차 대전·대공황을 겪은 데서 비롯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가 자신을 ‘카페테리아 케인지언’으로 부른 것도 이래서였다.

그의 이론은 존 F. 케네디 대통령의 재임 시절인 1960년대 미국 민주당 정권에 막대한 영향력을 행사하는 등 2차 세계대전 이후 30여년간 경제학계에서 가장 중심적인 이론으로 자리잡았다.

그의 이론이 뒷전으로 밀려나게 된 것은 1970년대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대두되면서부터다.

새뮤얼슨의 이론은 통화론자인 밀턴 프리드먼과 ‘합리적 기대이론’의 주창자인 로버트 루카스, 성장론자인 로버트 솔로, 포스트 케인지언인 조 로빈슨 등 신자유주의 세력의 대두와 함께 힘을 잃었다.

하지만 현재 세계 경제학계는 새뮤얼슨 교수의 후예들이 장악하고 있다. 로런스 클라인, 조지 애컬로프, 조지프 스티글리츠, 폴 크루그먼 등 현재 세계 경제학계에서 내로라 하는 거물들은 모두 새뮤얼슨의 제자들이다. 이들은 새뮤얼슨과 마찬가지로 모두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새뮤얼슨 교수는 1970년 두 번째 노벨경제학상 시상에서 미국인으로서는 처음으로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했다. 그에게 상을 주기 위해 노벨경제학상이 만들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의 수상은 당연하게 여겨졌다.

벤 버냉키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 역시 새뮤얼슨으로부터 박사학위 논문을 지도받았다. 그 스승의 그 제자라는 말이 나올 법하다. 로런스 서머스 전 미국 국가경제위원회 의장은 새뮤얼슨 교수의 조카다.

버냉키 의장은 2009년 12월 13일 새뮤얼슨 교수의 타계 소식을 듣고 “경제학계의 가장 위대한 스승 가운데 한 분이 돌아가셨다”면서 “그는 아주 오래, 잘 살았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를 몹시 그리워할 것”이라고 애도했다.

크루그먼 교수가 자신의 블로그에 남긴 추모의 글도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크루그먼 교수는 “고슴도치가 있었고, 여우가 있었으며, (그 둘을 합친) 폴 새뮤얼슨이 세상에 나왔다”고 했다.

이는 영국의 역사가이자 자유주의 철학자인 아이자이어 벌린의 1953년 논문 ‘고슴도치와 여우(The Hedgehog and the Fox)’에서 빌린 말이다.

벌린은 아리스토텔레스나 셰익스피어처럼 ‘많은 것을 두루 아는 사람’을 여우로, 플라톤이나 단테처럼 ‘중요한 한 가지를 깊이 아는 사람’을 고슴도치에 비유했다.

크루그먼은 새뮤얼슨이 고슴도치와 여우처럼 깊이 알고 있는 많은 것을 가르쳤다고 평가한 것이다. 그는 “다른 어떤 경제학자도 새뮤얼슨만큼 후학에 많은 영향을 미치지는 못했다”고 칭찬했다.

새뮤얼슨은 생전에 스스로를 “20세기 후반을 살아간 다양한 경제학자들의 목소리를 한데 모으는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로 비유했다.

학자는 좌우 어느 한쪽 이론의 대변자가 아닌 중립주의자여야 한다는 평소의 소신을 강조한 말이다. 그는 없지만 경제학계에는 그의 영향력이 여전히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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