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學] ‘주식 고수’에서 ‘경제 천재’로

입력 2011-05-24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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⑪ 폴 새뮤얼슨

고(故) 폴 새뮤얼슨 교수는 1915년 5월 15일 미국 인디애나주의 게리에서 태어났다.

폴란드계 유태인 이민 2세인 새뮤얼슨은 어릴 때부터 셈에 밝았다.

초등학생 시절부터 약사인 부친을 따라다니며 주식투자를 배웠고, 고교 시절에는 또래들 사이에서 ‘주식 고수’로 통하며 수학을 가르치는 은사에게 주식 종목을 찍어주는 족집게 역할을 하기도 했다.

주식을 통해 실전 경제를 체험한 새뮤얼슨이 경제를 학문으로서 접하게 된 것은 대학에 입학하면서부터였다.

그는 16세 때 월반해 시카고대학에 입학, 나중에 회고록에서 “1932년 1월 2일 오전 8시, 시카고대 강의실에서 나는 경제학자로 다시 태어났다”고 밝힐 정도로 경제학과의 만남에 큰 의미를 뒀다.

하지만 대학과의 궁합은 그다지 좋지 않았다. 그는 학부 시절 시장의 자유를 신봉하는 시카고대학의 학풍을 ‘정신분열증적’이라고 표현할 정도였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천재성까지 빛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그는 1935년 대학을 졸업한 이듬해인 1936년에 석사학위를 취득했다.

그는 조지프 슘페터와 바실리 레온티예프, 코트프리드 하버러, 앨빈 한센 등 쟁쟁한 스승들로부터 가르침을 받았다.

25세 때인 1941년 그는 하버드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고 같은 해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의 조교수가 된지 6년 만인 1947년에 정교수로 임명됐다.

새뮤얼슨이 말하는 경제학의 속성은 가정에서 출발한다.

그에 따르면 물리학자·화학자·경제학자가 무인도에 표류하게 됐다. 몇 시간동안 먹을 것을 찾던 그들 앞에 통조림이 하나 떠내려 왔는데 안타깝게도 통조림 따개가 없었다. 물리학자가 먼저 말했다. “돌로 내리쳐서 땁시다”그러자 화학자가 물리학자의 손을 잡으면서 “그러면 내용물이 망가질지 모르니 불로 가열합시다. 그러면 뚜껑이 열릴 겁니다”라고 말렸다. 이 때 조용히 있던 경제학자가 “여러분, 지금 여기에 통조림 따개가 있다고 가정해봅시다”그날밤 경제학자는 통조림을 먹었다고 가정하고 잠을 자야했다.

우스갯소리지만 이는 ‘카페테리아 케인지언’으로서 중립주의를 지향하는 새뮤얼슨의 소신을 뒷받침하는 유명한 일화로 전해지고 있다.

그는 정부 개입을 반대하고 자유방임주의 복귀를 주장하는 시카고 학파의 좌장인 밀턴 프리드먼과는 학문적으로 평생의 숙적관계였다.

일례로 시카고대 경제학과장이던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시어도어 슐츠가 새뮤얼슨을 시카고대로 데려오고자 했다. 프리드먼에 이어 새뮤얼슨까지 데려오면 미국 경제학계를 대표하는 양대 산맥을 시카고대가 독점하는 셈이었기 때문.

새뮤얼슨은 처음엔 슐츠의 제안을 구두로 승낙했다가 하루 만에 번복했다. 그는 “시카고대로 가면 프리드먼을 견제하려는 심리때문에 나도 모르게 자꾸 좌파적 견해로 쏠리지 않을까 두렵다”고 이유를 설명했다.

사실 새뮤얼슨과 프리드먼은 공개 토론장이나 신문 지면을 통해선 치열한 설전을 벌이면서도 개인적으로는 돈독한 친구 관계였다.

새뮤얼슨은 “우리 둘은 거의 언제나 의견 일치를 보진 못했지만 친구 사이로 남았다”며 둘 사이를 정의했다.

프리드먼은 새뮤얼슨보다 늦은 1976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하고, 새뮤얼슨보다 이른 2006년에 94세를 일기로 타계했다.

그 역시 유태인 이민자 가정 출신으로 어려운 가정형편을 딛고 저명한 경제학자로 성장해 ‘20세기 아메리칸 드림이 무엇인지를 몸소 보여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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