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안중에 없고 '선거'만

입력 2011-05-24 11:19 수정 2011-05-24 13: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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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에서 기업이란?]<중>정치권 포퓰리즘에 '시장 경제의 위기'

# 23일로 예정됐던 정부의 통신요금 인하 방안 발표가 또 한번 미뤄졌다. 한나라당이 휴대폰 기본료 인하를 요구하면서 통신요금 인하 태스크포스(TF) 주무 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와의 협의가 갈등을 빚고 있기 때문이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기존 제품을 고급화한 ‘프리미엄’,‘리뉴얼’ 가공식품인 농심 ‘신라면 블랙’,롯데제과 ‘월드콘 XQ’,LG생활건강 ‘조지아 에메럴드 마운틴(캔커피)’ 등 3개 제품에 대한 편법 가격 인상 여부에 대한 조사를 최근 시작했다. 공정위는 이들 제품에 대한 성분 분석을 거쳐 내달 중순께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위의 두 사례는 자유시장 경제체제를 표방한 대한민국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들이다. 정부가 통신비를 내리라며 기업을 압박하고, 라면가격을 ‘왜 이렇게 많이 올렸냐’며 스프 성분까지 분석하고 나섰다.

기업이 자율적으로 정해야 할 가격 정책이 정부에 의해 휘둘리고 있다. MB정부가 외쳤던 친(親)기업 ‘비즈니스 프렌들리’ 정책 기조는 사라지고 ‘표, 플리즈(please)’를 외치는 ‘선거 포퓰리즘’이 경제정책의 핵심이 됐다.

올 초 국제유가 상승으로 기름값이 폭등하자 정부는 물가안정을 이유로 정유사를 쥐어짜기 시작했다. 결국 정유사는 수천억원의 손실을 감내하며 휘발유 1리터에 100원씩 가격을 내렸다.

LPG업계도 문제는 심각하다. 가격인상 요인이 발생했지만 몇 달째 가격을 올리지 못하고 있다. 정부는 물가안정에 동참하라며 직접 공문을 보내고 가격 인상을 발표하자 직접 전화를 걸어 가격 인상을 번복하게 만드는 행정지도를 폈다. “제 값이라도 받게 해달라”는 LPG업계 관계자의 하소연이 예사롭지 않다.

지난 4·27 재보선 패배 이후 정부 여당의 표퓰리즘 정책은 더 심해졌다. 방통위는 통신요금 인하 TF까지 꾸리고 가격인하 방안을 정했지만 여당은 전 국민이 골고루 혜택을 보기 위해서는 기본료 폐지와 가입비 인하가 꼭 필요하다며 압박하고 있다.

기본료를 1인당 1000원씩 내려도 이통 3사의 매출 손실은 매달 500억원, 연간 6000억원에 이른다. 인하로 인한 소비자의 체감도는 낮지만 이통 3사는 대규모 매출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방통위는 인위적이고 일률적인 요금 인하보다 설비 투자 등 경쟁 활성화를 통해 인하를 유도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입장이지만 정부 여당에겐 좀처럼 먹혀들지 않고 있다.

이같은 정부의 표퓰리즘 정책에 기인한 대기업 때리기는 주요 그룹의 하반기 경영변수로까지 부상했다. 초과이익공유제,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 등 이른바 동반성장 관련 정책이 하반기에 대거 시행될 예정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들 동반성장 정책이 총선과 대선이 있는 내년에는 어디로 튈지 예측하기 조차 힘들다.

초과이익공유제와 중소기업 적합업종 선정은 모두 대·중소기업 동반성장을 이끌어가자는 좋은 취지다. 하지만 표퓰리즘에 눈이 멀어 졸속으로 추진될 경우, 사회적 갈등과 피해는 불 보듯 뻔 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의 고유 권한인 가격 결정권에 대한 정부 여당의 직접적인 간섭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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