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고객의 행복한 삶을 추구합니다"

입력 2011-05-26 11:06 수정 2011-05-26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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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션서 시작…유통·건설·IT까지 영토 확장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은 “올해 세정그룹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각 사업분야에서 체질개선으로 강력한 성장기반을 갖춰 올해 매출 목표 1조1500억원을 비롯해 2015년까지 패션업계에서 2조 클럽을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돈은 버는 것보다 값지게 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앞으로도 회사의 이익을 나눔 활동에 활용해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에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고 싶다.”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이 패션업계에 첫 발을 들인 23세부터 가슴 깊이 새겨둔 그의 삶의 좌우명이자 경영철학이다.

배고픈 어린 시절을 보낸 그가 맨손으로 패션이라는 세계에 뛰어든 후 어깨 넘어로 배운 지식을 바탕으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만들고, 또 시장 한켠에 있는 작은 상점을 연 매출 1조원을 바라보는 기업으로 성장 시키기까지 이같은 그의 신념은 머릿속에서 한시도 떠난적이 없다.

짙은 눈썹에 고집 있어 보이는 강한 눈빛. 겉모습만 봐서는 여느 대기업 총수와 다를 바 없었지만 그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장에서 물건값을 깎아주며 손님을 챙겨주는 마음씨 좋은 사장님의 향기가 느껴진다. 드라마 ‘패션 70’의 실제 주인공인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을 부산 본사에서 만났다.

지난 2005년 방영된 드라마 ‘패션 70’을 기억하는 사람이라면 주인공 이요원의 삶 또한 잊지 못할 것이다. 이 드라마는 1960~70년대 패션산업을 중심으로 주인공 이요원이 조그마한 옷가게 종업원에서부터 패션업계를 주름잡은 인물로 승승장구 하기까지의 과정을 그린 드라마로 박순호 회장의 청년시절 모습이 그대로 담겨있다.

제작진은 세정그룹과 대본 구성단계부터 함께 작업해 박 회장의 삶을 모티브로 주인공이 패션업계의 거장으로 성장하기까지의 과정과 그때 당시 패션흐름을 드라마에 담아냈다.

드라마 내용과 같이 박 회장이 사회의 첫발을 내딛은 곳은 마산에 있는 조그마한 니트 도매상이었다. 그는 “까마득한 옛날이지만 그때를 돌이켜보면 밤낮없이 정말 열심히 일했다는 생각이 든다”며 “그곳에서 3년간 근무하면서 의류업계의 유통경로를 익히며 많은 것을 배우고 경험한 것이 차후 창업하는데 큰 도움이 됐다”고 회고했다.

박 회장은 1974년 40평 님짓한 규모에 환편직기 4대와 미싱 9대로 28세 나이에 현재 세정그룹의 모태가 된 동춘섬유공업사를 설립했다.

▲박순호 세정그룹 회장
세정의 지난 30년은 인디안의 30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박 회장에게도 인디안은 각별하다. 제조업을 결심하고 야간열차로 서울행 열차표를 끊어놓고 서점에 들른 그는 인디안 추장이 광활한 평야를 바라보고 있는 책을 보며 ‘인디안’이라는 브랜드 네임을 떠올렸다고 한다.

사진속 인디안 추장이 맨주먹으로 의류사업에 뛰어들어 밤낮 없이 뛰어다니는 그와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그는 설명했다.

이렇게 탄생한 인디안은 그동안 수많은 브랜드와 치열한 경쟁속에서도 38년이라는 오랜 세월동안 고객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남성 어덜트 시장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해 왔다.

박 회장은 “장사꾼은 제품을 팔고 기업가는 브랜드를 판다는 말이 있듯 나는 장사꾼이 아닌 기업가가 되고 싶었다”며 “내가 직접 제작한 품질 좋은 옷을 자부심을 갖고 고객에게 권한다는 생각으로 인디안이라는 브랜드를 론칭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 후 1980년대 후반에는 경제 호황과 올림픽을 앞두고 소비자들 욕구가 다양해지면서 의류산업도 급속히 변해갔다. 삼성물산, 제일모직, 코오롱, 반도패션(현 LG패션) 등 대기업의 패션사업 진출과 디자이너 부티크 매장 등이 속출하면서 하루가 멀다하고 수많은 브랜드가 시장으로 쏟아져 나왔다.

이에 박 회장은 1988년 도매상을 상대로 하는 영업점 중심에서 소비자와 직접 거래하는 전문 대리점 체제로 인디안 유통의 변화를 시도했다.

박 회장은 “대리점 체제로 전환 생각을 밝혔을 때만 해도 브랜드 파워가 막강한 상황에서 모험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경영진들의 반대에 부딪혔다”면 “그러나 급변하는 시장 환경에서 더이상 이전 같은 유통형태를 지속하면 브랜드 영속성이 위험하다고 판단해 경영진들의 반대를 무릎쓰고 내 의견을 고집했다”고 말했다.

이렇게 1987년 매출 100억원대에 불과했던 인디안은 대리점 체제로 전환한지 7년 만에 전국에 230여개의 매장을 확보할 수 있었으며 대리점 체제는 매출 1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는 계기를 가져다 주었다. 인디안은 이같은 성장 과정을 거쳐 현재 380여개의 유통망을 확보했으며 지난해에는 38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해 가두점 점유율 1위, 단일 브랜드 연매출 1위, 고정 고객수 1위의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박 회장은 장수브랜드 인디안 외에도 올리비아로렌, 앤썸, NII 등 다양한 브랜드를 론칭했다. 특히 2005년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 ‘올리비아 로렌’은 짧은 기간 내 야성 매스밸류 마켓의 대표주자로 성장시킨 브랜드로 세정의 제2 성장동력 역할을 했다.

올리비아로렌은 가두점 영업에서 탄탄하게 신뢰를 쌓아온 세정의 힘과 박 회장의 저력을 다시 한번 재현해 론칭 2년만에 1000억원의 매출고를 달성, 현재 290여개의 대리점을 확보했고, 지난해는 1600억원의 매출고를 기록했다.

또 박 회장은 대형마트, 홈쇼핑 등의 급변하는 유통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런딕, 폴베이, 트레몰로, 앤클리프 등을 차례로 론칭시켰다. 최근에는 브랜드 센터폴을 론칭해 최근 3년간 매년 20% 이상씩 급성장 하며 패션업계의 블루오션으로 떠오른 아웃도어 시장에도 발을 들여놨다.

박 회장은 “38년간 기업을 이끌어오면서 우여곡절도 많았지만 그동안 내가 고집한 것은 단 한가지 ‘제품에 혼을 심는다’라는 창업정신이었다”며 “늘 고객에게 부끄럽지 않은 옷을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고 단순히 옷 이상의 가치를 지닌 제품을 고객에게 제공하기 위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세정그룹은 패션 뿐 아니라 세정과 미래, 세정21, 세정건설, 세정I&C, , 세정인텍스, 세정어패럴, 세정산업, 청도 세정악기 등 10개의 계열사를 통해 유통, 건설, IT 등의 사업을 펼치고 있다.

세정그룹은 각 계열사의 내실을 강화해 향후 각 분야에서 주력 업체가 될 수 있게끔 성장동력을 키워나갈 전망이다. 세정이 지은 주거 공간에서 세정이 만든 옷을 입고 세정이 만든 악기의 전율과 IT를 통해 행복한 고객의 삶을 실현시켜 생활문화 기업으로 거듭나는 것이 세정그룹의 목표이다.

여기에는 ‘최고의 생활문화 창조로 인류와 더불어 성장한다’는 이념을 바탕으로 고객의 생활에 보다 가까이 다가서겠다는 박 회장의 꿈이 고스란히 담겨있다.

세정그룹은 사회활동을 통해 지역과 함께 동고동락 하는 기업으로도 정평이 나 있다. 박 회장 스스로 어려웠던 유년시설을 겪어 사회공헌은 당연한 귀결이다.

박 회장은 “어려웠던 유년시절 때문인지 불우한 이웃, 소년소녀 가장 등 어렵게 사는 사람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했고, 이런 기부 정신을 갖고 기업을 경영하다 보니 기부활동 범위가 점차 늘어났다”며 “사업활동을 통한 기업의 이윤추구도 중요하지만 우리 사회 모든 사람이 잘먹고 잘살기 위해서는 기업이 획득한 이윤을 사회에 환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독거노인이나 노숙자들을 위한 생활 터전을 만들어 그들이 보다 나은 생활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나의 궁극적인 목표다”라며 “지금은 나라의 지원이 미치치 못하는 곳에 우리 기업들이 손을 내밀어야 할 때”라고 덧붙였다.

박 회장은 1974년 세정그룹 창업 이래 38년간 사회공헌활동을 꾸준하게 펼쳐나간 공로로 지난해 경제전문지 포브스 아시아가 선정한 ‘아시아 최고 기부자’ 48인에 선정되기도 했다. 박 회장은 지신의 ‘국민연금’을 기부해 기부문화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기도 했으며 지금까지의 박 회장 개인 기부금액만 30억원이 넘는다.

이를 바탕으로 박 회장은 얼마 전 뜻을 함께한 16명의 이사진들과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의 복지 증진에 기여하고자 ‘세정나눔재단’을 설립했다. 세정나눔재단은 세정그룹의 300억원과 박 회장의 사재 30억원 등 330억원을 출자해 만들어진 재단으로 박 회장을 비롯한 이사진 16명과 감사 2명으로 구성됐다.

세정나눔재단은 ‘행복한 나눔, 따뜻한 세상’이라는 슬로건 아래 사회복지시설 증진 및 저소득층이나 소외계층, 장애인, 소년소녀 가장에게 장학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박 회장은 올해를 세정의 향후 10년을 준비하는 중요한 해로 삼고 그 도약의 발판을 다져가는데 초점을 맞출 예정이다.

그는 “올해 세정그룹은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 성장동력을 확보해 앞으로 한걸음 나아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들어 나갈 것”이라며 “각 사업분야에서 체질개선으로 강력한 성장기반을 갖춰 올해 매출 목표 1조1500억원을 비롯해 2015년까지 패션업계에서 2조 클럽을 새롭게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를 위해 현재의 각 계열사를 축소시키고 수익성 중심의 사업을 강화하는 등 그룹 내 80% 이상을 차지하는 패션산업의 역량을 키워 글로벌 패션기업으로 한걸음 진전시켜 나갈 계획이다.

박 회장은 “시골에서 태어나 배부르게 먹는 게 소원이었던 내가 패션과 인연을 맺고 30년 인생을 바쳐 이자리까지 온 과정을 일일이 설명하자면 며칠 밤을 세워도 모자를 것”이라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박순호 회장은 누구?

△1946년 7월7일 경남 함안군 △동아대학교 경영대학원 졸업 △부산외국어대학교 명예 경영학 박사 △1974년 동춘섬유공업사 설립 △1991년(주)세정그룹으로 법인 전환 △2003년 대한요트협회 회장 부임 △2007년주한멕시코 명예영사 취임 △2011년 사회복지법인 세정나눔재단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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