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7.4 전당대회가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예비 당권 주자들의 눈치작전이 치열하다. 전당대회 룰이 최종 확정되지 않은데다 각 계파 간 합종연횡이 방향을 잡지 못했기 때문. 특히 쇄신바람을 불러온 4.27 재보선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이도 그리 많지 않아 먼저 나설 경우 화살을 맞을 수도 있다는 불안감도 내재해 있다.
일단 전대 룰의 가닥은 잡혔다. 구주류로 밀려난 친이계의 공세가 여전하지만 논란의 핵심인 당권·대권 분리는 현행대로 유지될 전망이다. 박근혜 전 대표가 이미 반대 의사를 명확히 밝힌 데다 친박계와 소장파 역시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럴 경우 정몽준, 김문수 등 차기 잠룡들의 발은 묶이게 된다. 반면 선거인단 규모는 기존 1만명에서 21만명으로 대폭 확대키로 했다. 여기에는 20·30대 청년층 1만명도 포함된다. 조직력에 대중력이 함께 고려될 수밖에 없게 된 것.
재보선 참패 책임론도 당권 주자들을 함부로 나서지 못하게 하고 있다. 당권 도전이 확실시됐던 정두언 의원이 지난 22일 “새로운 지도부는 재보선 패배 논란에서 벗어나 있는 인물들로 구성돼야 한다”며 논개 전략을 구사해 김무성·홍준표·나경원·원희룡 등 직전 지도부 인사들의 발목을 잡아버렸다. 이들은 쇄신바람을 등에 업고 명분을 선점한 ‘책임론’에 어떻게 대응할지를 놓고 고민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럼에도 각 주자들은 물밑에서 각 계파에 러브콜을 보내며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범친이계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는 김무성 의원은 과거 친박계의 좌장으로 불렸던 만큼 개개 의원들과의 친소관계에 기대를 걸고 있다. 박근혜 전 대표의 냉소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 친화력에 정치력까지 검증돼 그는 재보선 전만 하더라도 당권 0순위로 지목됐었다.
‘박근혜 보완재’를 자처한 홍준표 의원은 사실상 친이계로부터 유턴, 친박계 및 소장파와의 접촉면을 늘리고 있다. 친박계 한 핵심의원은 27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중진들 사이에서 홍 의원에 대한 우호적 얘기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중지를 모아가는 전 단계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고 전했다. 또한 서민특위위원장을 맡으며 각종 개혁 입법 및 정책을 주도했다는 점에서 대표선수를 선발치 못한 소장파의 지원도 기대하고 있다.
젊은 대표론의 선두주자로 올라선 남경필 의원은 앞선 두 주자와 달리 재보선 책임론에서 자유롭다는 게 장점이다. 그는 “중년층·중부권·중산층·중도성향 유권자들의 마음을 잡는 대표가 필요하다”며 강한 당권 의지를 보이고 있다. 정두언 의원을 비롯한 수도권 소장파가 그의 든든한 우군이다. 그러나 4선 중진임에도 여전히 소장파 이미지에 갇혀 있다는 점은 강성 보수 지지층의 마음을 얻기에 부족한 면으로 지적된다.
아직 마음을 다잡지 못했지만 유승민 의원이 출격할 경우 판세가 급변해질 가능성이 크다. 다소 소원해졌다고는 하나 물리적 거리일 뿐 여전히 박 전 대표의 복심(腹心)으로 불리는 친박계 핵심인데다 할 말은 할 줄 아는 원칙적 이미지가 강해 소장파 일각에서도 그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히는 이가 적지 않다. 당내 최다선인 홍사덕 의원조차 기자에게 “(대표) 자격이 흘러넘치는 사람”이라며 그를 추켜세웠다. TK(대구·경북) 의원들을 중심으로 그에 대한 출마 강권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원희룡 의원도 주요 변수다. 한때 원조 소장파의 리더 격이었으나 안상수 체제에서 사무총장을 맡으며 친이계 신주류로 올라섰었다. 소장파의 젊은 대표론에 맞설 친이계의 맞춤형 카드로 적격이란 얘기까지 나돈다. 이상득 의원과의 화해를 모색하고 있는 이재오 특임장관 측에서 그를 지원할 경우 이상득·이재오 간 교집합으로 자리할 수도 있다. 호흡을 맞췄던 안상수 전 대표도 그의 우군 중 한 명이다.
이외에도 김형오, 권영세, 박진, 나경원, 이혜훈 의원 등이 이번 전대에 나설 예비주자로 거론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