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낙하산 공화국

입력 2011-05-30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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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혁 부국장 겸 증권부장

상근감사제도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볼 수 있다. 미국과 유럽 기업들은 이사회가 발달돼 있어 이들이 감사 가능을 수행한다. 하지만 한국과 일본은 이사회 기능이 너무 약하기 때문에 경영진을 감시할 창구로 상근감사직을 의무화 했다.

최근 금융기관들이 이러한 감사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감사가 비리의 주범인 것처럼 비춰지자 곤욕스러워 하고 있다.

금감원 출신 감사가 스스로 사표를 던진 곳이 있는가 하면 여론의 비판이 두려워 아예 재선임을 하지 않은 곳도 있다. 그러나 상당수 금융기관들은 외부의 시선을 아랑 곳 않고 임기 만료가 된 감사를 연임시켰다. 이를 지켜본 언론은 ‘낙하산 감사’를 비호하고 있다고 질타하고 나섰다.

‘낙하산 감사’ 가 도마에 오른 것은 부산저축은행 때문이다.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 발언으로‘낙하산 감사’는 문제아(?)로 찍혀 버렸다. 이명박 대통령은 금감원을 방문해서 “권력을 갖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이 저지른 비리는 용서 받을 수 없다”며 저축은행의 ‘낙하산 감사’문제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러면서 ‘낙하산 감사’는 “나쁜 관행”이라며 간과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낙하산 감사는 나쁜 것’이라고 단정 짓자 이유 불문하고 도매금으로 판단하는 한국사회 특유의 촌스럽고 극단적인 감정이 일어났다. 그렇다보니 마녀 사냥식 여론이 비등했고 이 과정에서 일부 희생양도 생겨났다.

이쯤에서 냉정하게 생각해보자. ‘낙하산 인사’의 실체는 과연 무엇이고 ‘낙하산 인사’는 다 나쁜 것인가.

사실 ‘낙하산 인사’ 는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병폐다. 부산저축은행 사태가 단죄의 단초를 제공했을 뿐 권력의 비호 아래 우리 사회 곳곳에 스며들어 있다.

정부부처, 공기업, 일반기업, 심지어 문화 예술계까지 ‘낙하산 인사’가 없는 곳이 없다. 한 조사에 따르면 공공기관 284개 기관 가운데 66%에 해당하는 186곳의 기관장, 이사, 감사 등이 청와대와 한나라당, 대통령 비선조직 출신으로 채워져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실상 공기업이나 마찬가지인 기관의 임원들과 비 등재된 경우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파악된 것의 몇 배가 넘을 수도 있다. 이들 중 상당수는 각 분야의 핵심위치를 차지하고 생산성과 효율성을 갉아먹고 있다.

금융기관은 어떤가. 다 알다시피 은행권은 이미‘왕의 남자’들의 손에 들어갔으며 증권사 CEO 상당수가 알게 모르게 실세 권력과 끈이 닿아 있는 인사들이다.

저축은행 사태로 감사문제가 터졌고, 이로 인해 낙하산 인사로까지 논란이 확산됐지만 이번 사태를 저축은행에만 국한시키는 건 문제의 본질을 호도하는 것이다.

단언하건대 이 사회에 도도히 흐르는‘낙하산 문화’를 잡지 못하면 제2, 제3의 저축은행 사태가 터지는 건 시간문제다. 상근감사 제도를 폐지하고 감사위원회를 100% 사외이사로 구성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등 낙하산 인사 방지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사회 저변에 흐르는‘낙하산 문화’가 사라지지 않으면 구두선이 될 공산이 크다.

윗선에선 더 큰 낙하산을 내려 보내면서 아래 사람에게만 그것을 하지 말라는 건 모순이기 때문이다. 이는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은 것과 같은 이치다.

사건이 터진 지금 감사제도 개선을 위해 이런 저런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상층부가 변하지 않으면 다시 과거로 회귀할 게 뻔하다. 어쩌면 이번 기회를 악용해 권력 실세와 측근들이 빈자리를 채우는 최악의 상황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런 점에서 감사제도 개편은 비단 제도만의 문제가 아니다.

아무리 제도를 뜯어 고쳐도 우리 사회가 한 단계 성숙되지 않으면 효과를 발휘할 수 없다. 경제 선진국에 살고 있으면서도 사회 구성원들의 마음이 왠지 허전한 건 바로 이런 이유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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