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說野設] 문재인 대망론, 실체인가 허상인가

입력 2011-05-31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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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망론이 서서히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가 현실정치 참여, 특히 대선 출마 가능성을 일축하지 않으면서 ‘입장 변화’라는 해석을 낳았고, 이는 그간 끊임없이 제3후보를 물색해왔던 야권의 기대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타오르던 불씨에 기름을 부은 것은 한 여론조사기관의 잇단 발표였다. ‘리서치뷰’는 29일과 30일 박근혜·손학규 양자대결 결과와 함께 박근혜·문재인 가상대결 결과를 발표했다. 기존 타기관의 조사결과를 크게 뛰어넘는 예상치 못한 수치였다.(29일 박근혜 41.1% 대 손학규 37.0%, 박근혜 40.8% 대 문재인 30.6%, 30일 박근혜 43.8% 대 손학규 36.0%, 박근혜 44.6% 대 문재인 31.1%)

특히 야권 대선주자 호감도 조사에서 문재인 이사장은 15.2%로 손학규 민주당 대표(22.8%)에 이은 2위를 차지, 단숨에 유시민·한명숙·정동영·정세균 등 기존 주자들을 제쳤다.

언론은 즉각 소식을 전했고, 특히 진보성향 매체들은 대대적 보도로 독자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문제는 이 같은 수치의 신뢰성 담보 여부다. 기존 KT 등재 조사의 대표성 결여로 휴대전화를 이용한 RDD(임의번호걸기) 방식이 보완재로 떠올랐지만 ARS(자동응답녹음)가 지니는 근본적 문제는 극복하지 못했다는 평가다.

한 여론조사 전문가는 31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전화면접 또는 전화면접과 RDD 혼합이 가장 신뢰성 있는 조사방식으로 통용된다”면서 “사실 업계에서는 ARS로 하는 RDD 방식에 크게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문항에선 어떤 정치적 의도마저 엿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제 리서치뷰는 ‘진보진영에서 거론되는 대통령 후보 중 가장 호감이 가는 사람이 누구냐’고 물었고, 그 결과 문 이사장이 2위로 집계된 것. 일반적으로 대선 본선 경쟁력 또는 투표 당일 누구를 찍을 것이냐고 묻는 것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한 전문가는 “일종의 인기도 조사”라고 촌평하기도 했다.

같은 날 발표된 한국리서치 조사와의 현격한 차이도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차기 대선후보 지지도에서 문 이사장은 2.6%로 이회창 전 선진당 대표와 공동 8위에 머물렀다. 한 야권 인사는 이에 대해 “지난 17대 대선과정에서 문국현 후보를 대안으로 삼았던 진보진영의 여론 셋팅이 답습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보다 큰 문제는 문 이사장의 권력의지와 책임의식 부재라는 지적도 잇따른다.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이후 첫 선거였던 10.28 양산 보선은 물론 6.2 부산시장 선거, 4.27 김해 보선까지 그의 출마를 바라는 목소리가 적지 않았지만 문 이사장은 “현실정치는 하지 않겠다”는 이유를 들어 외면했다. 대신 야권통합을 위해 시민정치운동 영역에서 나름의 역할을 마다하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선회했다.

“정치인에게 권력의지는 필수다. 다만 누구를 위해, 무엇을 위해 권력을 행사할지 철저한 철학과 역사의식이 바탕돼야 한다”는 격언이 곱씹어지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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