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한국 정당들 또한 선진 각국의 정당들처럼 크게 보아 보수와 진보로 구별하는 것은 가능한데, 경제발전과 북한을 대하는 태도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그 구체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
즉 보수는 경제발전을 우선하는 데 비해 진보는 복지를 우선하고, 보수가 미국 등 자유 우방들과의 관계를 중시하는 데 비해 진보는 하나의 민족이라는 시각에서 북한과의 관계를 중시한다는 점에 각기 그 특색이 있다.
그리고 그런 관점에서 현재의 집권당인 한나라당이 보수당이고 야당인 민주당이 진보당이라고 하는 것은 얼추 맞는 말이다.
과거 김대중 정권이나 노무현 정권이 복지증대나 북한과의 대화에 앞장 선 데 비해 현재의 이명박 정권이 북한의 호전적인 태도 변화가 없는 한 대화나 원조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4대강 개발 등 국토개발이나 세계를 향한 비즈니스 등 경제발전을 강조하는 것은 각기 당의 노선에 기초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요즘 우리가 알고 있던 상식에 맞지 않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 보수를 대표하는 한나라당이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깜짝 좌향좌’를 하고 있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지난 4. 27. 재보선 참패이후 보수정책의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감세’의 철회를 요구하는가 하면 반값 등록금, 종합부동산세 원상복구, 대북정책전환 등 좌편향 정책을 봇물 터지듯 쏟아내고 있다.
이는 한나라당이 그동안 총선에서 한 번도 지지 않았던 텃밭인 분당에서 패하자 중산층의 심각한 민심이반을 느끼고 감세 철회 및 복지확대 등 좌편향 정책을 통해 돌아선 중산층을 잡아보려는 데 기인한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과연 한나라당은 진보적인 정책을 쓰지 않아서 지난 4.27. 재보선에 패한 것일까? 당연히 아니다. 4. 27. 재보선에서 한나라당이 분당에서 패한 것은 한나라당이 감세정책을 철회하지 않아서, 또는 복지정책을 등한시한 때문이 아니라, 거대 여당인 한나라당이 정부정책 입안과 정부견제 등의 본연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집권당이 대통령과 정부의 눈치나 보면서 국민들의 고통을 줄여주는 일을 등한 시 할 때 그런 정당을 지지할 국민은 없다.
이제 와서 한나라당이 적극적인 복지정책을 쓴다 해서 돌아선 중산층의 마음이 다시 돌아올지도 미지수다.
오히려 그동안 한나라당의 노선을 지지해 온 보수층은 물론 중도세력까지 이탈할 가능성이 더 높다.
그것은 한나라당내에서도 좌편향 정책에 대해 포퓰리즘이라며 반대하는 의견이 만만치 않은데다가 이념의 스펙트럼이 상당히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는 관계로 당의 노선을 두고 일대혼란이 벌어져 당이 분열되는 사태가 올 수도 있다.
이 경우 그 동안 한나라당을 지지해오던 보수층이나 중도층 역시 한나라당에 대한 계속지지층과 지지를 철회하는 층으로 나뉘는 등 표심이 요동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무튼 눈앞의 선거만을 보고 정당이 가진 핵심적인 가치를 저버리는 것은 이치에도 맞지 않고 실리도 거둘 수 없는 얼빠진 짓이다.
정당들이 일시적 이득을 위해 인기에 영합하려 한다면 그것은 전통적인 지지 기반의 붕괴를 초래하고 자칫 지지층의 외연을 좁히는 결과를 가져올 뿐이다.
보수든 진보든 정당들은 그 핵심적인 가치를 지키는 것이 당의 미래를 보장받는 지름길임을 명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