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몰린 노키아가 마이크로소프트(MS)의 인수설을 부인하고 나섰다.
노키아는 MS가 자사의 휴대전화 사업부 인수를 제안했다는 소문에 대해 "전혀 근거 없는 얘기"라면서 "양사간에 인수에 대한 어떤 논의도 없었다"고 반박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이번 인수설은 노키아가 전일 2분기 매출과 영업 마진이 목표치에 미달할 것이라고 밝힌 후 주가가 18% 가까이 폭락하면서 불거진 것이다.
노키아의 주가는 이날 장 초반 10%까지 빠지며 지난 1998년 이래 최저를 기록하지도 했지만 MS의 인수설이 나돌자 장 막판 낙폭을 대부분 만회했다.
노키아는 지난 2월 애플의 아이폰, 구글의 안드로이드폰 등에 대항하기 위해 자사 스마트폰 운영체제(OS)인 심비안을 버리고 MS의 윈도폰 소프트웨어를 주력 OS로 대체하겠다고 밝혔다.
스티븐 엘롭 노키아 최고경영자(CEO)는 이날 MS와 인수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는 점을 재차 확인한 후 "윈도폰 OS를 장착한 새로운 스마트폰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엘롭 CEO는 "심비안 대신 윈도를 선택한 이유는 노키아가 다른 업체들에 비해 휴대전화 기능을 변화시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융통성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MS와 협력을 계기로 MS가 노키아의 휴대전화 사업부를 아예 인수할 가능성이 크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노키아가 주가 급락에 지난 5년간 시가총액이 4분의3 줄었다는 점에서 인수·합병(M&A)에 취약한 상태라고 진단했다.
노키아의 시총은 이날 177억9000만유로(약 27조5800억원)를 기록했다.
노키아의 주가는 추락을 지속할 전망이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의 닉 존스는 "노키아가 윈도폰 OS로 전환하는 동안 예상보다 큰 고통이 수반될 것"이라면서 "심비안폰을 계속 판매한다는 방침이지만 심비안 이탈 속도는 가속화할 전망"이라고 지적했다.
노키아는 윈도폰 OS를 탑재한 새 스마트폰을 연내 출시할 계획이다.
새 스마트폰 출시로 회복을 꾀한다는 목표지만 내년까지 실적 개선은 힘들다는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노무라증권의 스튜어트 제프리 분석가는 "현재 가장 큰 위협은 노키아가 휘어잡았던 저가 스마트폰 시장에서 안드로이드폰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중국의 저가폰과의 경쟁에서도 밀려 더이상 이머징마켓에서도 특별한 우위를 발견하기 힘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노키아는 신용등급 하락 가능성 경고까지 받았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이날 "노키아의 'A3' 장기 신용등급이 하향 가능성 검토대상에 편입됐다"면서 "이는 노키아가 2분기 실적 전망을 하향 수정한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다.
무디스는 노키아의 전망 수정에 대해 시장점유율 하락이 당초 전망보다 더 빠르게 진행되고 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면서 가격조정 압박이 커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또다른 신평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도 지난 3월 말 노키아의 장기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강등했다.
노키아는 올해 매출액 기준으로 애플에게 추월당하며 세계 휴대폰 강자로서의 체면을 구겼다.
노키아는 여전히 판매량으로는 글로벌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유지하고 있지만 서유럽 시장에서는 삼성전자에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