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IT가전제품에 패션과 예술을 입히고 있다. 양사는 세탁기·냉장고·TV 등에서 예술을 담은 디자인으로 제품의 품격을 높이고 있다.
◇삼성 디자인 적용에서 디자이너와 공동 프로모션까지=삼성전자는 최근 패션과 예술을 접목한 프로모션을 늘리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계열사인 제일모직의 프리미엄 여성복 브랜드 ‘구호(KUHO)'와 함께 패션 공동 화보를 선보였다. 삼성 드럼세탁기에 직접 디자인을 적용한 것은 아니지만 가전제품인 세탁기와 구호의 의상 컬러를 테마로 새로운 시도가 이뤄졌다.
같은 달 25일에는 남성의류 '제너럴 아이디어(General Idea)'의 디자이너 최범석의 현대적 감각으로 재해석한 티셔츠 6종과 '갤럭시탭 와이파이' 케이스 3종을 제작했다.
삼성은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의 디자인 채용에서 공동 프로모션으로 디자인 경영을 발전시킨 것이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3월 이탈리아 명품 디자이너인 마시모주끼에게 지펠 냉장고의 디자인을 맡겼다.
마시모주끼가 직접 디자인한 '주얼 라이트'와 '샴페인 핸들'은 기존 양문형 냉장고에서 프리미엄 스타일로 한 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꼽힌다.
‘주얼 라이트’는 냉장고 유리 표면에 LED(발광다이오드)를 장식해 물이 영롱하게 빛나는 모습을 보석처럼 형상화했다. ‘샴페인 핸들’은 샴페인 잔을 따라 기포가 흐르듯 핑크 골드빛 선으로 반짝이는 보석의 느낌을 표현했다. 이 제품군은 국내·외에서 프리미엄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지난해 8월에는 크리스찬 디올·비비안 웨스트우드 등 명품 브랜드의 패턴 디자이너로 활약한 카렌 리틀과 공동으로 ‘지펠 아삭 김치냉장고’와 ‘지펠 그랑데스타일’의 새로운 디자인을 선보였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바비 수석 디자이너 로버트 베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바비 스케치를 입힌 바비 수석 디자이너 로버트 베스트가 직접 디자인한 바비 스케치를 출시했다. 바비 스페셜 에디션은 패션과 트렌드에 민감한 여성 고객들을 타깃으로 예술보다 패션에 무게를 뒀다.
◇LG전자, 컬러풀에 취하다...LG전자는 이탈리아 디자이너 만디니와 하상림·김상윤 등 국내 유명 디자이너의 작품을 생활가전 라인업에 담았다. 이 디자이너들이 직접 고안한 패턴과 색상을 제품에 적용해 각각의 모델이 출시됐다.
지난 2월 출시를 시작한 2011년형 양문형 냉장고 시리즈가 대표적이다. 외형 디자인은 고온에서 성형시킨 신공법 ‘주얼리 글라스’를 적용해 입체적 질감을 살렸다. 또 디자이너 작품을 활용해 자연스러운 패턴이 강조됐다.
광파오븐·세탁기·김치냉장고 등 제품군에도 그들의 디자인을 넣었다.
휴대폰 라인에서는 해외 유명 디자이너와 손잡는 전략에 성공적인 모습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작품이 프라다폰이다. LG전자는 지난 2007년 3월 제품 기획에서부터 디자인·마케팅까지 프라다와 긴밀하게 협력해 제작한 ‘프라다폰1’을 선보였으며 세계적으로 110만대 이상 판매했다. 지난 2008년 11월에는 180만원 상당의 ‘프라다폰2’를 출시했다.
일본에 특화된 휴대폰도 내놓았다.
LG전자는 지난해 6월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그룹 ‘스튜디오 콘란’과 손잡고 도코모 스타일 시리즈 ‘L-04B’를 일본 시장에 선보였다.
영국 ‘선데이 텔레그래프(The Sunday Telegraph)’는 당시 L-04B에 대해 “평이한 디자인이 대부분인 휴대폰 단말 시장에서 기본 기능에 충실하면서도 아름다움을 강조한 제품”이라고 보도했다.
◇왜 패션·예술인가=글로벌 기업들 중 프리미엄 제품을 판매하는 곳은 첨단 기능을 전제로 디자인과 감성으로 승부한다.
선두업체들의 기술 수준은 큰 차이를 찾기 어렵다. 친환경·고효율(에너지효율등급 1등급)은 기본이다. 신제품이 출시할 때마다 스마트기능도 지속적으로 추가하고 있다. 각 회사들이 고객층의 요구사항을 파악해 회사별로 맞춤형 스마트 기능을 넣어 제품간 우월을 가리기도 어렵다.
업계관계자는 “최근 들어 프리미엄 전자 제품 시장에서 기능이나 성능 차이는 크지 않다”며 “기업들이 제품의 품격이나 질을 높이는 수단으로 유명 디자이너의 디자인을 도입해 소비자들에게 특별한 제품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뜻이 담겨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일반적으로 프리미엄 이미지를 가진 외국 브랜드는 광고든 제품 디자인이든 패션·예술과 접목시킨 프로모션을 활용한다”고 덧붙였다.
자동차업계에서 고급 브랜드 이미지를 지켜온 BMW 그룹이 대표적이다. BMW는 지난 1975년부터 BMW 자동차를 이용한 자동차 예술작품인 BMW 아트카(BMW Art Car)를 만들어 오고 있다.‘아트카 프로젝트’는 앤디 워홀·프랭크 스텔라·로이 리히텐슈타인· 제프 쿤스 등 현대미술 거장들의 작품을 BMW의 차량 디자인에 접목하는 것이다.
옷의 완벽한 관리로 패션을 완성시켜 주는 삼성전자 버블샷 드럼 세탁기와 제일모직의 여성 전문 패션 브랜드 구호(KUHO)가 온라인 패션 화보를 공개하는 공동 프로모션을 진행한다. 청담동 혼수가전 전문점 마리에에서 모델들이 이벤트 경품으로 제공될 예정인 구호의 의상과 버블샷 드럼 세탁기와 함께 프로모션을 소개하고 있다.
LG전자 모델이 영국의 유명 디자이너 그룹인 ‘스튜디오 콘란(Studio Conran)’과 제휴해 세련된 스타일을 강조한 휴대폰 ‘도코모 스타일 시리즈, LG L-04B’를 선보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