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비넘긴 日 간 내각...정국 불안 점입가경

입력 2011-06-02 16:38 수정 2011-06-02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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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각 불신임안 부결...하지만 당분열 선명ㆍ정책 표류ㆍ대지진/원전사태 수습 시계제로

일본 국회가 야당이 제출한 내각 불신임 결의안으로 부결함에 따라 민주당 정권은 최악의 고비를 넘겼다.

하지만 민주당 내부의 분열 양상이 천하에 드러난 가운데 차기 총리 후보를 놓고 당 지도부와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 세력간 격돌이 예상되는 등 정국 불안은 점입가경이다.

이는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 원자력 발전소 사태 해결이 급선무인 일본 정계에 또 한번의 치명상을 안길 전망이다.

총리 불신임 결의안은 2일(현지시간) 중의원 본회의에서 치러진 표결에서 152대 293으로 부결됐다. 전체 478명 중 33명은 불참하거나 기권했다.

표결을 두 시간 가량 앞두고 간 총리가 자진 사임의 뜻을 표명하면서 민주당내 반대파 의원들이 내각불신임 결의안에 반대표를 던진 영향으로 분석됐다.

앞서 간 총리는 이날 낮 12시께부터 열린 민주당 대의사회(의원 총회)에서 "재해와 원전 사고 사태가 어느 정도 수습됐다고 판단되는 시점에서 젊은 세대 여러분에게 여러 가지 역할을 하도록 기회를 주고 싶다"며 총리직 사임 의향을 밝혔다.

간 총리의 자진 사임은 자민ㆍ공명ㆍ일어나라일본 등 야권 3당이 공동으로 제출한 내각 불신임 결의안에 오자와 전 간사장과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를 포함해 민주당 의원 70명이 동조하고 나서면서 더 이상 물러설 곳이 없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일본 언론들은 전했다.

간 총리는 구체적인 사임 시기는 언급하지 않았으나 사의 표명 직전 간 총리와 회담한 하토야마 유키오 전 총리는 “대지진부흥기본법안 성립과 올해 2차 추가경정예산 편성 윤곽이 잡히는 시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당내 간 총리의 최대 경쟁자인 오자와 이치로 전 간사장은 "지금까지 없었던 발언을 이끌어냈으니 (불신임안 표결은) 자율 판단하면 될 것"이라며 찬성 의향을 번복하겠다고 시사했고, 오자와파 의원 상당수는 모임을 열고 불신임안에 반대하기로 뜻을 모았다.

간 총리의 자진 사의 표명과 내각 불신임안 부결로 지난 2009년, 54년간의 자민당 독주 체제에 종지부를 찍고 새롭게 정권을 탄생시킨 민주당은 정권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졌다는 평가다.

그러나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의 제랄드 커티스 교수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표결 결과에 관계없이 이 과정에서 민주당내는 한층 분열, 간 정권의 구심력이 약해져 대지진 피해 복구를 한층 어렵게 만들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민주당의 내분으로 심각한 재정적자 문제는 표류된 상태다.

최근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재정적자 문제를 이유로 국가 신용등급 강등 가능성을 잇따라 경고했다. 대지진 피해 복구에 천문학적인 재정이 투입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재정적자에 개선점이 나오지 않을 경우 신용등급 강등은 현실화해 일본의 대외 신인도는 한층 더 추락하게 된다.

또 당내 분열로 국가부채 억제와 늘어나는 사회보장의 재원 확보를 겨냥한 소비세율 인상 등 논란이 일고 있는 정책들을 끌고 나갈 능력이 간 총리에게 있는가 하는 점도 관심사다.

일본 정부는 오는 2015년까지 현재 5%인 소비세율을 10%까지 2단계에 걸쳐 인상하겠다는 방침을 나타냈지만 가뜩이나 불황으로 힘겨워하는 국민들의 반발이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자민당과 공명당이 여당을 뒤흔들기 위해 참의원에 간 총리 문책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벼르는 점도 부담이다. 참의원에 제출하는 문책결의안은 중의원에 내는 불신임안과 달리 법적 효력이 없지만 민주당이 당내 분열 요소를 껴안고 있는 상태에서 언제든 골치 아픈 요인으로 번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편 간 총리가 조만간 스스로 물러나겠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차기 총리 후보 1순위로는 에다노 유키오 관방장관이 거론되고 있다.

에다노 관방장관은 센고쿠 요시토 전 관방장관이 야당이 밀어붙인 문책결의에 걸려 물러난 뒤 올해 1월 취임, 동일본 대지진과 후쿠시마 제1 원전 사태 발발과 함께 인기가 급상승했다.

마에하라 세이지 전 외무상과 오카다 가쓰야 당 간사장도 차기 총리 후보로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마에하라 전 외무상은 외국인(재일한국인)의 정치 헌금을 받은 사실을 시인하고 각료직에서 물러난 뒤로는 인기 낮은 간 내각과 거리를 두고 있고, 강력한 후원자였던 센고쿠 관방부장관과도 사이가 나빠졌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

오카다 간사장은 깨끗한 이미지가 호감을 주긴 하지만 당내 파벌을 만들지 않는다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 살림꾼 역할인 간사장직을 맡고 있어 당 지도부와 오자와 전 간사장 측의 대립이 격화할 수록 설자리가 좁아지는 처지다.

오자와파에서는 하라구치 가즈히로 전 총무상과 다루토코 신지 전 국회대책위원장이 물망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하라구치 전 총무상은 당내외의 지지가 약하고, 다루토코 신지 의원은 이번 불신임안 표결을 앞두고 오자와파와 거리를 두고 중간파를 자처하는 등 왔다갔다하는 모습을 보여 입지가 좁아졌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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