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동일본 지역을 강타한 대지진과 쓰나미의 2차 후폭풍이 몰아치고 있다.
일본의 대형 보험사들이 천문학적인 규모에 달하는 보험금을 감당하느라 자칫 파산에 직면할 수도 있다는 불안감에 잇따라 고육지책을 내놓고 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이 3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특히 대지진 발생 직후 지진 관련 보험들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는 대형 보험사들이 자동차 보험의 지진 특약을 없애고, 기업들에 대한 신규 지진보험 판매를 중단했기 때문.
손해보험업계는 동일본 대지진 이후에도 여진이 계속되면서 지진 관련 보험 수요가 폭증하자 위험을 우려해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신문은 추정했다.
한 손해보험업체 관계자는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현 시점에서 지진 관련 보험 판매를 재개할 계획은 없으며, 빨라도 내년 이후에나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통상의 자동차 보험에서는 지진이나 쓰나미, 화산폭발 등 자연재해로 인해 손해가 발생할 경우에는 보상을 받지 못한다.
이를 대신하는 것이 지진 특약이다. 지진 특약은 나라가 보험금 지급액의 일부를 부담하는 지진 보험과 달리 민간 손해보험사가 전액을 부담하게 된다.
지진 특약 보험료는 일반 자동차 보험료의 10% 정도이며, 일본에서는 20만대 가량이 가입해 있다. 이는 자동차 보험(대인ㆍ대물 배상)에 가입한 차량 6000만대의 0.3% 수준에 불과하다.
지진 특약은 보험료는 낮은 대신 지진이 발생하면 보상액이 거액으로 불어날 수도 있기 때문에 보험사들도 판매를 꺼려온 것이 사실이다.
신문에 따르면 보험업계는 지진 특약 가입률을 5%로 높이면 경영의 건전성을 보여주는 솔벤시 마진율이 200% 떨어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는 지진 피해 보상금을 지급하느라 재무 압박이 심한 보험사에 치명상을 입힐 수도 있다는 이야기다.
기업에 지진 보험을 팔아온 일본의 6개 대형 보험사 중 3사가 신규 판매를 중단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입 희망자들로부터 판매 재개 요청이 빗발치고 있지만 업계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 반도체 업체는 “판매를 갑자기 중단하려면 처음부터 시작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면서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동일본 대지진에 따른 보험금은 총 2조6000억엔(약 34조원)으로 추정되며 이 가운데 6개 손해보험사가 지급해야 하는 보험금은 6000억엔이다. 업계는 이중 30~40%는 재보험사로부터 회수할 계획이지만 재보험업계도 사정은 녹록치 않다.
뮌헨리 등 재보험 업계는 올해 재보험 요율을 10% 정도 인상한다는 방침이다. 이에 따라 보험사들도 비용 증가분을 회수하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신문은 내다봤다.
일본 뉴질랜드의 지진과 호주 홍수 등의 영향으로 올해 재보험업계의 배상액은 440억달러(약 48조원)에 이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