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무게를 줄여라.”
석유화학업계가 자동차 업계 숙원인 ‘차체 중량 감축’을 위해 발벗고 나섰다. 이산화탄소배출 규제 강화, 고유가 시대 등을 맞으면서 자동차 경량화가 연비향상의 지름길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자동차 총 무게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차체 패널을 금속부품 대신 플라스틱으로 대체하면 중량을 줄여 연료소비를 줄이고, 이산화탄소(CO2) 발생량을 감소시켜 환경친화적이다. 자동차 중량을 1% 경감할 때마다 연비는 약 1%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석유화학업체들은 자동차 무게를 줄일 고성능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기술력 개발을 위한 인재 모집과 시설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토탈은 오는 17일까지 자동차 경량화 소재 등을 개발할 석·박사급 연구인력을 모집 중이다.
이 회사는 이미 현대 YF소나타, 소나타 하이브리드를 비롯한 신차에 자동차 경량화 부품을 공급하는 등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지만 더 가볍고 성능 좋은 엔지니어링 플라스틱을 만들어 내기 위해 우수인력 모집에 나선 것.
호남석유화학은 최근 중국 안후이성 허페이 지역에 ‘허페이호남석화플라스틱’을 설립, 현지업체와 합작으로 각각 2억위안(한화 약 340억원)씩을 투자해 생산공장 을 착공했다.
차별화된 플라스틱 제품을 통해 고속 성장하고 있는 중국 자동차 시장에서 함께 커가겠다는 심산이다.
지난 4월엔 엔지니어링 플라스틱 생산을 늘리기 위해 미국 알라바마에 현지법인 ‘HPM 알라바마’를 설립했다. 오는 12월 상업가동을 목표로 1만5000t 규모의 공장을 건설 중이다.
정범식 호남석유 사장은 “자동차 경량화를 위해서는 결국 플라스틱으로 갈 수 밖에 없다”며 “독일 바스프나 랑세스, 한국의 호남석유, 삼성토탈 등 화학업체가 전세계적인 자동차 경량화 트렌드에 부합하기 위한 경쟁을 펼쳐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외국업체 가운데는 독일 랑세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랑세스는 올해를 ‘고성능 플라스틱의 해’로 지정, 미래 자동차 혁신의 선두주자로 나선다는 계획이다.
랑세스의 고성능 플라스틱이 자동차 부품으로 채용된 대표적 사례는 아우디의 신형 A8 모델이다. 업계 최초로 플라스틱-금속 하이브리드 기술을 적용해 무게를 알루미늄 사용 대비 20% 가량 줄였고, 강철 대신 폴리아미드6 플라스틱을 사용해 보다 견고하고 가볍게 제작했다.
전문가들은 차 한 대당 플라스틱 소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2020년까지 연간 7%씩 증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더 가볍고 더 친환경적인 소재 개발을 위해 화학업계는 노력하고 있다”며 “CF 영화에나 나올 법한 가볍고 빠르며 친환경적인 미래 자동차를 만날 날이 그리 머지않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