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지주 민영화가 당분간 공전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우리금융 매각을 위한 정부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 개정이 정치권의 반대로 늦어지면서 애초 7월 말 또는 8월 초로 예정됐던 예비입찰대상자 선정이 크게 늦어질 것으로 보인기 때문이다. 시장 일각에선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이 표류할 경우 분리매각 방식으로 선회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7일 금융권 등에 따르면 여당인 한나라당은 소장파 의원들을 중심으로 금융위원회가 추진 중인 금융지주사법 시행령 개정에 반대키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민주당·민주노동당 등 야 4당 국회의원들도 우리금융 매각에 따른 메가뱅크(초대형은행) 출현에 반대키로 의견을 모았다.
이는 정부의 시행령 개정이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를 돕기 위한 것이라며 여야 정치권에서 의혹을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월 2회 열리는 금융위 정례회의 중 지난 1일 정례회의에서 개정안을 보고하지 못한 데 이어 15일 정례회의에서도 보고 여부가 불투명한 상황이다.
앞서 금융위는 금융지주의 다른 금융지주 최소 지분 인수 한도(95%)에 대한 예외 조항을 둬 한도를 50%로 낮추되 일정기간 내에 95% 이상의 지분을 확보토록 개정할 예정이었다.
이에 따라 이달 29일까지 산은지주 등이 입찰참가의향서(LOI)를 제출한다고 해도 예비입찰 대상자 선정 작업은 표류할 가능성이 있다. 현행 시행령 아래에서 지분 인수가 불가능한 산은지주 등을 예비입찰 대상자로 선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시행령 개정안이 조기에 의결되지 않는다면 매각 일정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행령 개정안이 7월에 금융위 전체회의에 보고된다고 해도 예비입찰 대상자 선정 작업은 계획보다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시행령 개정안이 입법예고 등을 거쳐 국무회의에서 의결되려면 한 달 보름에서 두 달 정도가 걸리기 때문이다.
이처럼 우리금융 매각 작업이 늦어지면서 시장에선 분리매각 가능성에 대한 얘기가 벌써부터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분리매각이 공적 자금 회수, 경제적 시너지 효과 등을 고려해 합당하다는 것이다. 또 우리금융의 계열사인 경남·광주은행 등을 지방은행에 분리 매각해 지방은행 규모를 키워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이번 매각작업이 늦어지거나 무산될 경우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위원 임기가 8월에 만료대 인수의 지속성 유지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우리금융의 덩치가 커서 일괄매각이 어렵다는 점을 감안하면 분리매각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따로 떼어 팔면 계열사마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을 수 있어 더 높은 값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공적자금 회수라는 매각 작업 본연의 효과를 높일 수 있다”면서 “경남·광주은행 등을 지방은행에 분리 매각해 지방은행 규모를 키울 수도 있는 등 여러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