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는 7일 대정부질문 셋째 날을 맞아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책임 소재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야당은 당국의 저축은행의 부실 원인이 당국 감독 소홀에 있다며 ‘현 정부 책임론’을 추궁했다.
민주당 오제세 의원은 이날 “저축은행 사태는 금융 당국이 제대로 감독하지 못했기 때문에 발생한 사건이고, 총리가 말한 ‘오만 군데’ 권력자들이 투자 알선과 구명 로비를 벌여온 결과”라며 “대통령은 국민에게 사과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 의원은 “금융감독원과 한국은행, 국회가 참여하는 ‘국민감독위원회’(가칭)를 신설, 부실 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강래 의원은 “이번 저축은행 사태는 정책 실패, 감독의 실패, 대주주를 비롯한 경영진의 불법·탈법, 저축은행의 수명 연장 로비 등이 뒤섞인 것”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국정 운영 난맥상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나라당은 김대중ㆍ노무현 정부 시절의 예금보호 한도 확대와 프로젝트파이낸싱(PF) 증가 등이 사태의 단초였다는 논리로 맞섰지만, 한나라당 일부 의원들은 야당못지 않은 수위로 저축은행에 관한 현 정부의 실정을 비판했다.
김태원 한나라당 의원은 “저축은행 사태는 공정사회에 역행하는 총체적 부조리”라며 “정부가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고 적극적으로 대응을 했다면 부실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김 의원은 “저축은행 예금자 대부분이 서민들이라는 사실을 안다면 그 어떤 현안보다 서둘러 해결했어야 마땅하다는 점에서 정부의 책임은 결코 가볍지 않다”며 현 정부의 책임론을 거론했다.
배영식 한나라당 의원은 “감사원은 저축은행의 심각한 부실 제보를 수년 전부터 여러 차례 접수했지만 감사를 하지 않았다”며 “감사원이 감시 기간을 두 차례나 연장하고 8개월 동안 처리나 발표를 하지 않으면서 그 사이 부실 저축은행들은 대규모 자금을 빼돌리게 된 것”이라며 감사원의 안일한 행태를 꼬집었다.
한편 이진복 한나라당 의원은 “부실 사태 및 퇴출 저지 로비 의혹으로 도마 위에 오른 부산저축은행이 노무현 정권 시절 건전경영과 산업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정부 포상을 무더기로 받았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이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과 부산2저축은행은 지난 2006~2007년 대통령과 국무총리, 경제부총리로부터 각종 포장 및 표창, 상훈을 수여받았다.
이 의원은 이에 “결과적으로 전 정부가 방만·부실 경영을 부추긴 셈으로, 포상 남발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