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21만명으로 대규모 선거인단을 획기적으로 늘려 국민적 관심속에 7.4전당대회를 치르기로 했지만 지금으로선 경선흥행은 요원해 보인다. 자칫 ‘그들만의 리그’로 전락할 수 있다는 강한 우려도 나타난다.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초 당 대표를 뽑는 전당대회 선거인단 규모를 당초 1만명에서 21만명으로 대규모로 늘렸다. 이는 ‘동원·금권·줄세우기 선거’를 차단하고, 경선흥행을 통해 당 쇄신 동력을 배가시키겠다는 의도였다. 또한 당과 국민적 지지를 받아 선출된 대표 체제에서 차기 총선과 대선에서 승리를 이끌겠다는 구상이다.
하지만 경선을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시점에서 경선룰을 놓고 갈등이 심화돼 국민적 실망감과 피로감을 더하고 있다. 게다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제한으로 당내 ‘마이너주자’들만이 나서면서 경선 흥행은 이미 ‘물 건너갔다’는 푸념도 나타난다.
당내에선 경선 룰을 놓고 진통이 끊이지 않고 있다. 한나라당은 7일 열린 당 상임전국위원회와 전국위원회는 전대 투표권을 ‘1인2표제’로 하고, 여론조사 결과도 종전대로 30%를 반영하기로 확정했다. 당 비상대책위원회가 현행 ‘1인2표제’를 ‘1인1표제’로 바꾸고, 여론조사를 폐지하기로 한 결정을 정면으로 뒤집은 것이다. 이는 사실상 원내대표 경선으로 급부상한 신주류가 의도하는 데로 결정된 셈이다.
그러나 정의화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전국위에서 ‘266명 위임장 행사’로 전대 경선 룰을 확정한 것과 관련해 “적법한 절차에 의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될 경우 전국위에 재의를 요청하는 것을 검토할 것”이라며 유권해석을 요청하는 등 경선 룰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당내에서는 경선룰 논란이 당분간은 지속될 것이라며 전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스타급 당원주자들의 출마가 차단됨에 따라 ‘인물 부재’에 놓여있다. 현재 자천타천으로 김무성 전 원내대표와 홍준표 전 최고위원, ‘세대교체론’의 남경필 의원 등 10여명이 거론되고 있다. 하지만 “누구를 뽑아 할지모르겠다(한 초선 의원)”는 푸념섞인 토로가 여기저기서 들려오고 있다.
비대위원인 김영우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간 대권주자가 참여할 수 없어 (경선이)마이너리그가 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지적해왔었다”며 “(경선이)쇄신이나 변화보다는 철저한 (총·대선)관리형쪽으로 무게가 쏠리게 됐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또 “경선룰을 놓고 내홍을 겪는 모습은 당초 당 쇄신 모습과는 배치되는 것으로 국민적 피로감만 더 줄 뿐”이라고 경선흥행을 회의적으로 내다봤다.
21만명의 선거인단을 늘렸지만 경선흥행에 실패할 경우 투표참여 저조로 오히려 조직투표가 횡횡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조사분석실장은 “21만명 선거인단을 확대한 것은 계파, 조직투표를 상쇄하기 위한 것”이라면서 “비중있는 인사가 출마하지 않을 경우 유권자들의 참여가 상대적으로 떨어져 (경선이)조직표 영향에서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