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9일 “삼성 테크윈에서 부정부패가 우연히 나와서 그렇지 삼성그룹 전체에 부정부패가 퍼져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발언은 삼성테크윈 일종의 ‘시범케이스’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에 따라 삼성 전 계열사에 대한 광범위한 감사는 물론 인적 쇄신과 조직개편 등 그룹 전체에 큰 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삼성이 과거 ‘신경영’을 통해 양적 성장을 이룬데 이어 ‘윤리경영’으로 ‘질적 성장’의 발판을 다지려는 의도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건희 회장은 이날 오전 서울 서초동 삼성전자 사옥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과거 10년간 한국이 조금 잘 되고 안심이 되니깐 이런 현상이 나오는 것”이라며 “나도 더 걱정이 돼서 요새 바짝 이를 한번 문제 삼아볼까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부정부패를 얘기하느냐’는 물음에 이 회장은 “부정부패엔 향응도 있고 뇌물도 있지만 제일 나쁜 건 부하직원을 닦달해서 부정을 시키는 것이다. 자기 혼자 하는 것도 문제인데 부하를 시켜서 부정하게 하면 그 부하는 나중에 저절로 부정에 입학하게 된다”고 강조했다.
이 회장은 전날 서초사옥에서 열린 수요 사장단 회의에서 삼성테크윈 임직원의 부정과 관련해 김순택 미래전략실장을 통해 “삼성의 자랑이던 깨끗한 조직 문화가 훼손됐다. 부정을 뿌리 뽑아야 한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오창석 삼성테크윈 사장은 관리 책임을 지고 즉석에서 사의를 표명했다.
이 회장은 “각 계열사에 대한 감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 아니냐. 대책도 미흡하다”며 “해외 잘나가던 회사들도 조직의 나태와 부정으로 주저앉은 사례가 적지 않다”고 지적했다.
이 회장의 이같은 강력한 의지 표명에 따라 삼성은 그룹내 경영진단 및 감사 기능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그룹 미래전략실 경영진단팀에 대한 우수 인력보강은 물론 경영진단 책임자의 직급을 올려 더 많은 권한과 책임을 부여할 계획이다. 또 현재 경영지원실 소속으로 돼 있는 경영진단팀을 사장 직속 등의 독립 기구로 재정비한다는 계획이다.
삼성 관계자는 “경영진단팀이 조만간 워크숍을 열어 기능 강화에 대해 논의한 후 조직개편에 나서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를 대표하는 삼성그룹의 이같은 부정부패 척결 노력은 재계의 전반적인 자정 노력으로 확산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