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면세점이 세계 최초로 공항 내 입점하는 루이뷔통을 위해 명당 자리를 내주고 수수료 특혜(10~20%)를 주는 등 파격적인 대우에 마음이 상한 국내 명품 판매 2위 업체 ‘구찌’가 신라에 등을 돌리고 롯데의 품에 안긴 것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구찌는 인천공항 내 신라면세점에 있는 매장 2곳을 조만간 철수시킨다. 이와 동시에 구찌는 김포공항 내 롯데호텔 면세점에 입점하기로 결정했다. 업계에서는 구찌가 라이벌인 루이뷔통과 비슷한 수준의 수수료와 매장 위치를 요구했지만 신라면세점이 이를 거부해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기 때문으로 해석하고 있다.
구찌가 신라를 등지자 브랜드 구색 강화가 절실했던 롯데면세점은 낮은 마진률에도 불구하고 구찌의 입점을 받아들였다. 롯데면세점이 지난해 루이뷔통 유치를 위해 그룹총수인 신동빈 회장과 그의 누나 신영자 사장까지 나서 구애를 펼쳤지만 퇴짜를 맞아 루이뷔통으로 인해 동병상련을 겪은 두 업체의 이해관계가 통했기 때문이라고 보고 있다.
루이뷔통에 상처입은 두 업체의 선택이 향후 어떤 결과를 가져올 지 미지수지만, 루이뷔통이 인천공항에 입점하기 까지 구찌는 공항면세점에서 황제대접을 받았다. 지난해까지 2년 연속 패션과 액서서리 부문에서 매출 1위를 차지할 정도로 신라면세점에서의 매출기여도가 컸다.
하지만 신라면세점은 구찌의 퇴점에 크게 우려하지 않고 있다. 구찌의 성장성이 향후 크게 높지 않았는 판단에서다.
신라면세점 관계자는 “지난해 1월부터 현재까지 수입브랜드들이 평균 10% 이상 신장했으나 구찌는 마이너스 성장해 프라다에도 추월당해 매출순위 빅4에도 들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구찌가 롯데로 옮겨간건 자신들이 낮게 제시한 마진율을 롯데가 수용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구찌의 김포공한 면세점 입점도 크게 우려할 만한 상황은 아니다. 신라면세점에서 80㎡(2개매장)의 매장면적을 갖고 제품 구성을 다양화했지만 김포공항은 장소가 협소해 인천공항 만큼 제품구성을 다 갖추기 힘들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의 매출에 크게 기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업계 관계자는 “루이뷔통에서 시작된 면세점 명품 모시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업체들의 콧대가 높아졌다”며 “신라면세점에서 퇴점 소문이 돌고 있는 샤넬을 붙잡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구찌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철수 결정과 관련 “영업 쪽에서 논의 중인 상황이지만 철수가 완전히 결정된 것도 아닌데 얘기가 나와 황당하다”며 “특히 수수료 부분에서 화가 나서 대응을 했다는 것이라던지 루이뷔통와 같은 급으로 대우해주지 않아 맞대응을 했다는 소리는 수위를 벗어난 수준”이라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