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부동산 거품이 꺼지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9일(현지시간) 시장조사업체 드래고노믹스의 조사 결과를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드래고노믹스에 따르면 지난 4월 중국 9개 대도시의 부동산 가격은 전년 동기 대비 4.9% 하락했다. 이들 도시의 주택 거래량도 올 초에 비해 절반이나 감소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올 연말이면 다롄과 톈진 등의 도시에서 주택 매물재고가 20개월분치에 달할 정도로 쌓일 것”이라며 “많은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10~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둥판 베이징보통대 부동산학 교수도 “정부 당국의 긴축정책 영향으로 올 하반기에 주택 가격이 10~15% 떨어질 것”으로 점쳤다.
중국에서 부동산은 지난 20년간 건설과 철강, 시멘트 등 다른 부문의 수요를 끌어올리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은행 금리가 낮은 수준이어서 많은 투자자들이 부동산으로 몰려들고 지방정부가 재정수입원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입찰가를 올리기 위해 개발을 부추긴 것이 부동산 거품을 키웠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억제하기 위해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두 채 이상 주택구매를 제한하고 있고 충칭과 상하이는 개인 부동산 보유세를 시범 도입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가격의 하락이 중국 경제 전체의 성장세 둔화로 이어질 것이라는 불안도 커지고 있다.
조나단 앤더슨 UBS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은 부동산 의존도가 심한 경제구조를 갖고 있다”면서 “부동산과 아파트 가격의 하락세는 중국 산업과 투자에 악영향을 미치고 소비를 위축시킬 것”이라고 지적했다.
앤더슨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전체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 개발 관련 건축이 차지하는 비중은 13%로 1990년대에 비해 두 배 이상 비중이 높아졌다.
골드만삭스는 “중국 정부의 긴축정책과 대미국 수출 증가세 둔화 등으로 경제성장 속도가 느려질 것”이라며 2분기 경제성장률 전망을 종전 8.8%에서 8.0%로 하향 조정했다.
중국 부동산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건설에 쓰이는 핵심 원자재 가격도 떨어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구리 현물 가격은 지난 3월 초보다 5% 하락한 t당 6만9000위안(약 1150만원)선에 거래되고 있고 중국 철강업체들은 지난 2월부터 철강가격을 꾸준히 내리고 있다고 WSJ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