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경제의 ‘쌍두마차’ 미국과 중국이 2차 부동산 대란에 휩싸였다.
경기침체로 미국의 가계자산이 수조달러 증발하면서 글로벌 경제회복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CNN머니가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가계자산은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2분기 65조8000억달러로 최고점을 찍은 후 침체가 정점에 달했던 2009년 1분기 49조4000달러까지 급락했다.
연준의 부양책에 힘입어 주식시장이 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지만 자산 가치는 위기 이전의 절반 수준인 57조달러대로 회복하는 것에 그쳤다.
딘 베이커 경제정책연구소장은 “8조달러에 달하는 가계자산이 증발하면서 소비위축을 불러왔다”고 말했다.
부동산 가격 급락이 자산 위축으로 직결됐다.
미국 부동산 가격은 4년새 6조달러나 빠졌다.
지난 1분기에만 3390억달러가 사라졌다.
문제는 시장 전망이 암울하다는 사실이다.
자넷 옐런 연준 부의장은 이날 클리블랜드에서 가진 강연에서 “주택시장을 해결하기 위한 빠르고 쉬운 해결책을 상상하기 어렵다”며 “회복이 시작돼도 그 과정이 매우 오래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로버트 쉴러 예일대 교수는 주택가격이 지금보다 25% 더 떨어져 장기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주택가격이 10~25% 더 하락해도 나는 전혀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쉴러 교수는 “주택가격이 20년 동안 하락할 수도 있다”며 “집값은 2006년 고점 이후 이미 5년째 떨어졌는데 아직도 하락세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징후를 찾지 못하겠다”고 덧붙였다.
중국의 부동산 시장도 거품붕괴가 임박했다는 관측이 제기됐다.
상하이 주택거래센터에 따르면 중국의 4월 주택판매는 37% 감소한 1만1000건을 기록했다.
시장 조사업체 드래고믹스도 중국 9대 주요도시의 주택거래 규모가 연초에 비해 절반 감소했고 가격도 전년 동기대비 4.9% 하락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부동산시장은 지난 20년간 건설과 철강, 시멘트 등 건축자재 수요를 끌어올리며 경제성장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지방정부가 재정수입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토지 입찰가를 올리기 위해 개발을 부추긴 것도 부동산 거품을 불러왔다.
시장과열로 중국 당국은 지난해 4월부터 고강도의 부동산 대책을 펼치기 시작했다.
베이징 등 일부 대도시에서는 2채 이상 주택구매를 제한하고 있고 충칭과 상하이는 개인 부동산 보유세를 시범 도입했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억제책과 함께 주택가격의 하락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은 “연말 다롄과 톈진 등의 도시에서 주택 매물재고가 20개월치에 달할 정도로 쌓일 것”이라며 “많은 도시에서 주택 가격이 10~2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둥판 베이징보통대 부동산학 교수도 “당국의 긴축정책 영향으로 하반기에 주택 가격이 10~15% 떨어질 것”으로 점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