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물가 뒷북만 치는 한은…기준금리 인상

입력 2011-06-10 10:37 수정 2011-06-10 1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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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 3.25%로 0.25%P 올려…선제대응 못하고 엇박자 대책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가 결국 물가부담을 외면하지 못했다. 지난달 기준금리 동결의 배경으로 지목했던 ‘대내외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지만 소비자물가가 4%를 유지하는 등 인플레가 심각한 양상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유가와 전세가격 등이 다시 들먹이거리고 있어 최악의 물가불안이 야기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번 기준금리 인상으로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만큼 가계와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과 이자상환 부담도 커질 것으로예상된다.

◇물가 부담= 금통위가 석달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한 것은 물가 부담이 컸다. 또한 하반기 공공요금발(發) 물가상승 압력이 거세지기 전에 선제적 대응이 필요했던 것으로 보인다.

5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동월대비 4.1%를 기록하며 5개월 연속 4%대를 유지했다. 올해 1분기까지 4.5% 오른 소비자물가는 2008년 전년 대비 4.7% 오른 이후 가장 가파른 오름세다. 물가를 둘러싼 대내외적인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다. 지난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격 지수는 전년 동월대비 13.6% 상승했다. 2002년 10월(14.5%) 이후 8년 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으로, 지난 2009년 9월 이후 20개월 연속 오름세다.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3분기까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4%를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수요측면의 물가상승 압력도 지속적으로 커지는 만큼 금통위가 기준금리를 올린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가계부채 위험 커졌다= 문제는 금리인상으로 가계부채 리스크가 크다는 점이다. 지난 1분기 가계부채는 장기간의 저금리로 크게 급증해 사상 처음으로 800조원을 돌파했다. 5월 은행 가계대출 3조3000억원 증가, 작년 11월 이후 최고 증가 폭을 보였다. 신용카드 대출 증가액도 1조9000억원으로 1년 만에 최고치였다.

금리 인상이 서민들에게 ‘빚 폭탄‘으로 전가될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2%포인트 오르면 가계의 이자부담이 분기당 11조7000억원에서 16조1000억원으로 4조5000억원 늘어날 것으로 내다봤다.

이윤석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준금리 인상으로 가계 대출금리 상승세가 현저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은행들은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어디까지 올릴까= 한편 시장의 관심은 한은이 올해 안에 어느 선까지 기준금리를 올릴 것이냐에 쏠려 있다. 염상훈 SK증권 애널리스트는 “하반기 공공요금 인상까지 가시화되고 있어 물가 관리가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이번달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상한 만큼 9월께 추가 인상에 나설 수 있다”고 전망했다.

한편 시장 일각에선 가계부채와 부동산 경기 부진 등에 대한 우려를 고려하면 올해 중 금통위가 추가 기준금리 인상 폭 전망치를 하향조정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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