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본 대지진으로 인한 전력난이 서일본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전력 부족에 따라 서일본으로 생산 거점을 옮긴 기업들은 예상외 복병을 만나 비상이다.
간사이전력은 9일(현지시간) 관할 지역의 기업과 가정에 7월부터 순간 최대 사용 전력을 전년 대비 15% 줄여달라고 요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대지진으로 전력이 부족한 상황에서 원자력 발전소의 정기점검이 끝난다고 해도 지방자치단체장의 동의를 얻지 못해 재가동 여부가 불확실하기 때문이다.
일본은 13개월마다 한번씩 원전 정기점검을 하도록 법에 정하고 있다. 점검을 마친 후 재가동하려면 지방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후쿠시마 제1 원전 사고 이후 원전에 대한 불안감은 극에 달한 상황. 지자체장들이 재가동을 허가할 리 만무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올 여름 간사이 호쿠리쿠 주부 시코쿠 규슈 등 서일본 5개 전력업체의 공급량 중 11%에 해당하는 880만KW의 전력공급이 부족할 전망이다.
이 경우 동일본 지역에 전력을 공급하는 도쿄전력과 주부전력의 전력 지원도 어려워져 올 여름에는 일본 전역이 전력난에 허덕이게 된다.
기업들은 발등에 불이 떨어졌다.
최근 서일본에는 동일본의 전력난을 피해 도시바와 NTT데이터 등 대기업들이 잇따라 사업장을 옮겼다.
기존에 입주해있던 기업들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간사이의 파나소닉과 샤프 등 대형 가전업체를 포함해, 교토에는 정밀 부품 업체와 제철, 화학, 중공업 지대가 넓게 포진해 있으며, 규슈 북부 일대는 자동차 생산 지대다.
일본 경제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서일본의 제조업까지 타격을 입을 경우 일본 경제 전체가 휘청거리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닛케이비즈니스는 현지 지자체는 전력난에 무방비 상태여서 근본적인 에너지 정책 부재가 기업과 가정에 부담을 줄 것이라고 내다봤다.
간사이 경제 전문가인 리소나종합연구소의 아라키 히데유키 수석 연구원은 “서일본에서 전력이 부족하면 대지진 직후 세웠던 기업 전략 자체를 또 수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