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증시에 우회상장한 중국기업들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이나미디어익스프레스 등 미국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 상당 수가 회계 부정과 사기, 부실 경영 등으로 거래 중지나 상장폐지되고 있다고 9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미국 상장회사회계감독위원회(PCAOB)에 따르면 지난 2007년 초부터 2010년 3월까지 미국증시 상장 중국기업 중 4분의 3에 달하는 159개 기업이 우회상장을 통해 미국증시에 진출했다.
이들은 주로 ‘역합병(Reverse Merger)’을 통해 우회상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역합병은 일반적 합병과 달리 인수기업은 소멸하고 피인수기업이 존속하는 합병 형태로 정상적인 기업공개(IPO) 방식에 비해 당국의 까다로운 규제를 피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옥외광고 전문업체인 차이나미디어익스프레스는 나스닥증시에 상장할 때만 하더라도 유망종목으로 각광받았으나 올 초 회사에 숨겨진 은행 대출이 발견되고 고객의 실체가 불확실하다는 의혹이 제기된 후 나락에 빠졌다.
미디어익스프레스는 지난 3월 주가가 연초 대비 50% 이상 폭락하며 4억달러(약 4300억원)에 달하는 시가총액이 사라진 끝에 결국 상장폐지됐다.
미국 사모펀드 칼라일그룹이 지분 22%를 보유한 차이나애그리테크는 지난달 20일 부정 회계장부 기입으로 나스닥에서 상장폐지됐다.
루이스 아길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위원은 “대부분의 중국 기업들이 합법적인 사업을 펼치고 있으나 노골적인 사기행위와 회계 부정을 저지르는 기업들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SEC는 현재 ‘역합병’으로 미국증시에 상장한 중국기업은 물론 이들을 감사했던 회계법인들에 대해서도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