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적 부담은 당연하다. 어떤 체제를 해야 하는가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대학등록금 부담완화 실현을 위해선 결국 국민적 부담이 불가피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 한나라당 황우여 원내대표의 거리낌 없는 대답이다. “(미래세대인)아들이 엄청난 부채를 지고 사회에 출발하면 다음 세대에도 계속해서 부채사회가 된다”며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황 원내대표는 악순환이 되고 있는 현실에서 미래세대를 위한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한다. 등록금부담완화를 위해 사실상 국민적 재정부담이 불가피하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치권 안팎의 ‘포퓰리즘’ 지적에 대해 그는 먼저 한숨부터 쉬었다. “잘못 비춰지고 있다”는 그는 “복지 포퓰리즘 즉 선심성(정책)은 우리도 맞서고 있다”고 잘라 말했다. 국민전체가 등록금부담완화를 위한 부담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는 만큼 포퓰리즘 비판은 어불성설이라는 얘기다.
하지만 정책 실현을 위한 국가 재정투입과 함께 한축으로 작용하고 있는 사립대학 구조조정에 대해선 다소 미온적 입장이다. 그는 “대학이 (스스로 구조조정을)하긴 어렵고 (국가가)재정투자를 하는 만큼 (대학이 이를)반영해야 한다”면서도 “(대학 구조조정은)교육당국과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고 정부에 공을 넘겼다.
이투데이는 10일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등록금부담완화를 비롯해 각종 현안에 대한 황 원내대표의 생각을 들어봤다.
-원내공식 직함을 떠나 법인세·소득세 추가 감세에 대한 개인적 입장은 무엇인가.
▲추가감세 철회에 대한 방향은 확고하다. 서민정책을 펴기 위해 재원마련이 불가피한데, 감세기조를 철회하는 것이 여러 방안 중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기가 쉽다. 법인세 대해서는 당내 이견이 있기에 이를 조정하거나 대안을 마련해 기업 활동에 지장이 없도록 할 생각이다.
-등록금 부담완화의 재원마련 방안을 놓고 논란의 연속이다. 재원마련 해법과 실현가능성은.
▲박영선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취직후 등록금 대출 상환제와 등록금 인상 상한제를 입법화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대출이자율과 등록금 인상제한의 취지에는 공감한다. 다만 입법화 한다거나 세부적인 사항에서 여야간 의견 조율이 필요하다. 재원마련은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크게 현행교육 예산의 재분배, 장학금제도 조정, 대학구조조정 등을 통한 방법이 있다. 고등교육에 대한 예산편성에 대해 국민적 합의가 전제된다면 실현 가능성은 높다.
-감세 철회, 등록금부담완화 등의 정책으로 야당과의 포퓰리즘 경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시각이 많다. 이로인해 기존 보수지지층의 반발도 나타나고 있다.
▲잘못 비춰지는 것이다. 우리나라 국민 전체를 봐야 한다. 국가는 한쪽만을 봐야 하는게 아니라 중도층, 소외계층도 모두 바라봐야 한다. 복지 포퓰리즘 즉 선심성(정책)은 우리도 맞서고 있다.
-황 대표께서 처음으로 ‘반값 등록금’ 이슈를 던졌다.
▲제가 15년 동안 국회 교육위원으로 활동해왔다. 그냥 (이슈로)던진 것이 아니다. 재원마련에 대해 내가 (먼저)이야기하면 (당내에서)따라오게 되는데 그건 정치가 아니다. 학생, 학부모, 대학당국과 만나봤고 이제 전문가들과 공청회도 열어야 한다. (해법이)학자 한사람이나 전략가 한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 모두 머리를 맞대야 좋은 안이 나오고 그 때 정부와 이야기가 가능해진다.
-재원마련은 결국 국민 부담으로 돌아갈 수밖에 없는 구조 아닌가
▲국민적 부담은 당연하다. 아버지가 자식한테 모든 지식을 물려주면서 자식부담으로 하느냐, 아버지 부담으로 하느냐의 문제다. (아들이 부담하면) 아들이 엄청난 부채를 지고 사회에 출발하면 다음 세대도 계속해서 부채사회가 된다. (그러나 아버지가 부담하면) 자식은 그 다음 세대를 책임지며 그 자식들은 빚 없이 저축을 하고 세금을 낸다. 그리고 다음 세대를 가르친다. 어떤 체제를 해야 하는가는 국민적 결단이 필요하다.
-등록금 부담완화 방안으로 재원 투입 뿐 아니라 대학 구조조정 필요성도 제기된다. 대학 구조조정에 대한 방향은 무엇인가.
▲지금은 일단 등록금을 내려야 한다. 대학이 (스스로 구조조정을)하긴 어렵고 (국가가)재정투자를 하는 만큼 (대학이 이를)반영해야 한다. (대학 구조조정은)교육당국과 정부에서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구조조정이란 말을 안 쓰고 (대학)경쟁력 제고, 대학 질 제고 라고 이야기한다.
-현 정부 대북정책에 대해선 어떻게 보는가.
▲정부로서는 일관성 그리고 정의면에서 확고해야 한다고 본다. 북한 정권의 잘못에 대해서는 엄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해야 한다. 연평도발, 북핵 등에 대해서는 반드시 후속조치가 있어야 한다. 다만 북한주민은 분리해서 봐야한다. 주민의 자유인권을 보장하고 개선할 책무가 우리에게 있다. 인권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민간차원의 교류도 활성화해야 한다.
-저축은행 사태가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비리문제에 대해서는 검찰의 수사를 지켜봐야 한다. 이후 부족하다는 점이 있을 때 국정조사에서 밝혀야 한다. 국정조사에서는 사태의 원인과 대책에 대해 집중 조명해야 한다. 향후 금융기관이나 감독기구의 도덕적 해이나 구조적인 허점이 반복되지 않으려면 이번 기회에 근본적인 대책을 반드시 마련해야 한다.
-중수부 폐지 문제가 당 안팎으로 논란이 되고 있다. 이 문제는 민주당과 합의한 사항이다. 하지만 청와대가 사실상 반대 입장을 피력하면서 당 지도부도 주춤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데.
▲(중수부 폐지는)국회 (사법제도개선)특위의 문제로 지도부가 몰아붙이고 국회의장이나 원내대표가 몰아붙일 사안도 아니기 때문에 주춤할 것도 없다. (중수부 폐지)이러한 논의 때문에 검사도 예민해지고 마음이 흔들릴까봐 걱정된다. 그런 점에서 좀 더 신중히 잘해달라는 입장이다. 수사에 지장이 없어야 한다.
-황 대표의 당 쇄신 목표점은 어디인가.
▲그동안 정부여당이 잘해왔다. G20(주요 20개국)무역대국으로서 금융위기를 재빨리 극복했고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국가 중에서 선도적인 일을 잘 해왔다. 하지만 거기에 맞는 국민들의 기대에 부흥하지 못했다. 20대에는 등록금 문제로 취직하려면 비정규직, 인턴 문제 때문에 제대로 직장을 갖지 못한다. 또 30대는 아기를 낳고 키우면서 전월세 문제로 고통이 이만저만 아니다. 40대,50대가 돼서 겨우 집을 마련하면 은퇴이후를 고민해야 된다.‘세대별 생애주기형’으로 아쉬움이 있다. 세대별로 이러한 문제에 정부의 답을 기다리고 있었지만 대답이 없으니 분노하고 있는 것이다. 그간 청와대와 정부가 국민의 목소리를 제대로 듣지 못했다. 국민들은‘우리 문제’를 해결해 달라는 것이다. 이건 포퓰리즘이 아니다. 국민들의 절박한 문제에 대응해줘야 하고 그림을 그려줘야한다. 정치에 대한 변화와 쇄신의 한 틀이라고 이야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민심이 여당에 냉랭한 것은 국민들도 기다리는 것에 한계가 있고, 국민다운 생활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민의 요구에 모두 충족을 시킬 수는 없지만 진정성을 갖고 피할 것이 아니라 인정하고 등록금이든 쌀값이든 내릴 생각을 해야 한다. 쇄신의 핵심은 (반값 등록금으로) 젊은이들이 행복해야 나라가 잘된다는 것이다. 기성세대가 젊은이들을 키워줘야 한다는 뜻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