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의 반값 등록금 경쟁이 점점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청년층 및 중장년층의 표심을 얻을 수 있는 등록금 정책에 대해 하루가 멀다하고 과감한 안을 쏟아 내며 여론 쫓아가기에 급급한 모습이다. 재원 마련 방안은 불투명한 상황에서 주도권 잡기 싸움만 벌이고 있어 포퓰리즘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황우여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지난달 22일 “쇄신의 핵심은 반값 등록금”이라며 등록금 이슈를 띄웠지만 지금껏 갈피를 못잡고 있다.
소득하위 50% 계층에 대해 소득구간별로 등록금의 20~90% 정도를 장학금 명목으로 지급키로 했던 것이 당초 안이었지만, 등록금 여론이 불 붙자 내년부터 등록금을 즉각 동결하고 고지서에 찍히는 명목등록금을 매년 5~10%씩 인하하겠다며 방향을 급선회했다.
당내 재원마련 문제제기로 인해 한 때 정책위 쪽에서 B학점 이상만 지원하겠다는 말까지 흘러나왔으나, 여론 비판이 일자 “개인 의견일 뿐”이라고 진화하기도 했다. 우왕좌왕 하던 한나라당은 오는 15일 국회에서 공청회를 열어 의견을 수렴한 뒤 21일 당정회의에서 최종안을 확정키로 했다.
반값 등록금 촛불집회에 한껏 고무된 민주당은 아예 “내년부터 국공립대는 물론 사립대까지 반값 등록금을 전면 실시하자”며 요구하고 있다.
국공립대는 2013년, 사립대는 2017년까지 확대한다는 원안에서 훨씬 더 나간 셈이다. 당 반값 등록금특위는 국공립 대학에 필요한 연1조7000억원의 재정은 일반회계를 통해, 사립대에 요구되는 재원은 6조원 규모의 ‘고등교육 재정교부금’을 신설해 국가재정을 대거 투입하자는 방침이다. 대상도 소득하위 50% 계층에서 중산층까지 확대했다.
문제는 반값 등록금 실행을 뒷받침 해 줄 재원 마련 방법부터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은 추가감세 철회· 세출 구조조정 등으로 서민예산 10조원을 마련, 이중 내년에 2조원을 등록금 재원으로 배정한다는 방침이지만 교육과학기술부는 1조 5000억원 증액만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은 올 2학기부터 당장 국공립대 반값 등록금 예산으로 5000억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하자고 요구하고 있지만 정부여당은 냉랭하기만 하다. 정부 역시 초·중·고등학교에 지원할 예산을 빼내 대학등록금 지원에 사용하는‘돌려막기식’의 안일한 예산 마련 방법만 내놓고 있어 반값 등록금의 실효성에 의구심을 들게 만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