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총체적 위기에 빠졌다. 위기의식은 높아져만 가는데 해법은 제각각이다. 계파간 권력투쟁까지 격화되면서 집권여당의 안정성은 찾아볼 수 없게 됐다. 국정운영은 표류하고,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가되고 있다.
단초는 현 지도부내 갈등으로부터 시작됐다. 원내대표와 정책위의장, 이른바 투톱 간 신경전이 시간이 흐를수록 심화되는 양상이다. 추가감세 철회, 반값등록금, 북한인권법, 비정규직 대책 등 내놓는 정책마다 엇갈린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는 것.
심지어 지난달 22일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 정책을 발표했을 당시 이주영 정책위의장은 발표 계획조차 몰랐었다. 북한인권법과 북한민생관련법을 해당 상임위에서 병합심사하기로 여야 원내대표가 합의했을 때도 이 정책위의장은 “나와 상의한 적 없었다”며 불만을 내비쳤다. 반면 이 정책위의장이 비정규직 지원 대책에 관심을 쏟자 원내대표실에선 “지금은 등록금 부담 완화에 집중할 때”라며 못마땅해 했다.
정책 컨트롤타워가 우왕좌왕하는 사이 일부 당직자들은 의무교육 적용 대상 확대 등 아이디어 수준의 정책을 불쑥 발표해 혼선을 가중시켰다. 10일엔 가정상비약 슈퍼마켓 판매를 논의하기 위한 당정회의가 열렸지만 이 정책위의장은 회의가 끝난 뒤에야 해당 사실을 보고받았다. 실무진의 착오로 빚어진 결과다.
수성전에 나서야 할 7.4 전대도 앞길이 보이질 않고 있다. 수도권의 한 소장파 의원은 14일 기자와의 통화에서 “그렇지 않아도 세가 약한데 곳곳에서 이견이 분출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친박계는 유승민 의원을 단일후보로 결정하고 지지를 모으기로 하는 등 단일대오 채비를 갖췄다.
지도부가 갈팡질팡하고 있는 사이 구주류로 전락, 분열 조짐까지 보였던 친이계는 절치부심 반격의 태세를 갖췄다. 눈앞의 상대는 연합군(쇄신파+친박계) 지원을 받는 황우여호다. 전선이 두 갈래로 나뉘자 모래알 같던 친이계의 결집이 확연히 시야에 들어오고 있다.
반격은 정책으로부터 시작됐다. 원내 지도부가 반값등록금 관련 대언론 금언령을 내렸음에도 친이계 의원들은 공공연히 제동을 걸고 있다. 정의화 비대위원장은 13일 회의 공식석상에서 “(황우여 원내대표가) 반값등록금이라는 화두를 던져 기대감을 키우는 바람에 이번 사태를 자초했다”며 칼을 심장부로 겨눴다.
쐐기는 청와대가 박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같은 날 수석비서관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반값등록금 관련해 “너무 조급하게 서둘러서 하지 말고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진지하게 대안을 마련하라”며 “정부는 정책을 한번 잘못 세우면 국가가 흔들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앞서 친이계의 양대 주주인 이상득 의원과 이재오 특임장관은 지난 12일 회동을 갖고 “당이 패배주의에서 벗어나야 한다”며 “주류니, 비주류니 신경 쓰지 말고 현 정부 국정운영에 무한책임을 지고 뒷받침해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일각에선 두 사람이 손을 맞잡고 7.4 전대에서 친이계 후보 한명을 공동지원할 것이란 관측이 무성하다. 대상은 김무성, 원희룡, 나경원 의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