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발 디폴트(채무불이행) 폭탄을 없애기 위해 긴급히 모인 유로존(유로화 사용국) 재무장관들이 이견만 재확인한채 합의점을 도출하지 못했다.
벨기에 브뤼셀에서 14일(현지시간) 긴급회의를 가진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단일통화체제 보호를 위해서는 그리스에 추가 구제금융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데는 공감했으나 민간 투자자의 역할에 대한 의견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고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서는 그리스에 추가로 구제금융을 제공해야 한다는데는 모두 공감하지만, 그 과정에서 민간 투자자에게 어떻게 고통을 분담하도록 할 것인지에 관한 '방법론'에서 의견이 엇갈린 것이다.
독일을 비롯해 핀란드 네덜란드 등은 민간 투자자로 하여금 기존에 보유하던 그리스 국채를 새로운 조건의 국채로 교환하는, 차환에 방점을 두고 이를 통해 민간 투자자에게도 책임을 묻고 고통을 분담토록 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은 이날 회의 참석에 앞서 "금융기관과 민간 투자자들이 동참할 경우 2차 그리스 지원에 독일도 참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밝혔다.
핀란드 총리 내정자인 유르키 카타이넨 재무장관도 "지금과 같은 시점에 일정 정도의 민간 부문 참여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반면 유럽중앙은행(ECB)의 입장은 이와 다르고 프랑스 등이 ECB의 입장에 공감하면서 민간 투자자 고통 분담을 놓고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ECB는 "그리스 국채 차환발행은 민간 투자자에 손해를 끼치는 사실상의 만기연장이자 채무조정으로 '부분적' 디폴트와 다름없다"면서 "민간 투자자가 진정 자발적으로 참여하지 않는다면 어떤 식으로든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차기 ECB 총재 후보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장도 이날 유럽의회 청문회에서 "그리스 디폴트에 따른 비용이 혜택보다 클 것"이라면서 차환에 대한 반대 입장을 표명했다.
결국 이번 회의는 장-클로드 융커 유로그룹(유로존 재무장관회의) 의장 겸 룩셈부르크 총리의 기자회견 및 성명도 없이 끝났다.
27개 유럽연합(EU) 회원국들은 오는 23~24일 열리는 상반기 마지막 정례 정상회의에서 그리스에 대한 추가 지원 패키지를 확정한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이날 긴급 회의에서 회원국 사이의 이견이 좁혀지지 않아 정상회의 직전 룩셈부르크에서 열리는 정례 유로존 재무장관회의와 EU 재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가 다시 논의될 예정이다.
유로존 재무장관들은 사안의 중요성과 시급성을 감안해 애초 20일로 예정됐던 정례 회의를 앞당겨 19일 저녁부터 머리를 맞대기로 했다.
한편 중국의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이날 웹사이트에 게시한 연례 '금융 안정 보고서'에서 "유로존이 신뢰할 만한 위기관리 메커니즘을 구축하지 못할 경우 유럽 재정위기는 악화하고 확산해 전세계 경기회복에 큰 위험을 안길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