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진학률 무려 80%…'고학력 실업자' 양산

입력 2011-06-15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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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무엇이 문제인가]<하>학벌 중시 사회

#작년 서울의 상위권 대학을 졸업한 김모(28)씨는 화려한 스펙을 갖추고도 입사시험에서 계속 떨어져 아직까지 백수로 지내고 있다. 대학 4년 내내 전공과목도 제쳐두고 스펙 쌓는데 모든 시간과 비용을 투자했지만 결과는 매번 낙방이다. 학교 간판과 주변의 시선 때문에 아무 곳이나 다닐 수도 없어‘취업 재수’을 결정했다. 김씨는 이럴 거면 비싼 등록금 내가며 대학은 왜 다녔는지 후회할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대학을 졸업하고도 놀고 있는 이른바‘고학력 백수’들이 늘고 있다. 학벌을 중시하는 사회 인식으로 고학력 인플레가 심화되면서 빚은 참상이다.

◇ 대학 나와야 사람 대접받아 = 우리나라의 교육열은 세계적으로도 유명하다. 학벌을 지나치게 중시하는 사회 인식 때문에 초등학교 부터 명문대 입학을 목표로 치열한 입시경쟁을 벌이는 곳이 바로 대한민국이다. 이는 전통적으로‘학벌=좋은 직장·성공’이라는 공식이 성립해 왔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나라 학생과 학부모 10명중 9명은 평소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은 갖춰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의 ‘기대 교육수준과 교육목적’ 조사 결과 기대 교육수준으로 학생의 89%와 학부모의 93%가 4년제 대학 이상의 학력을 꼽았다.

이 같은 국민들의 학벌 의식은 자연스럽게 대학진학률 80%에 육박하는 세계적으로 찾아보기 힘든 진기록으로 세웠다. 이는 OECD 회원국가중 1위로 미국과 일본의 두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무조건 대학에 진학할게 아니라, 능력과 적성에 따라 어릴 때부터 진로에 대한 고민과 학습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마이스터 고등학교와 전문대학 육성 등을 통해 대학을 졸업하지 않아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는 사회적 시스템을 조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중앙대 사회학과 이병훈 교수는“고학력은 고임금을 받을 수 있는 좋은 일자리와 직결되기 때문에 대학진학률이 높을 수밖에 없다”며“무엇보다 우리나라는 예전부터 배워야 인간 취급 받을 수 있다는 식의 문화가 깊게 자리 잡고 있는 만큼 이를 개선할 롤모델이 많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고학력과 기능직 간의 임금 격차 해소, 노동환경 개선 등은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정부가 난립하는 대학들과 무분별하게 입학 정원을 늘리기만 하는 대학들에 대한 구조조정의 칼을 뽑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고학점이 난무하고 졸업이 지나치게 쉬운 대학의 학사시스템도 바꿔져야 한다는 것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정부가 대학진학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경우 고학력 실업자가 급증해 청년 실업률도 높아지는 악순환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올해 1분기 비경제활동 인구 1639만2000명 가운데 대졸 이상 고학력자는 295만2000명에 달했다. 이중 4년제 대학 이상 졸업자만 201만4000명에 이른다. 이에 반해 지난해 185개 대학을 졸업한 취업 대상자 24만8660명중 취업자는 12만9130명으로 대졸자 취업률은 51.9%에 그쳤다.

◇ 학력-일자리간 미스매치 = 고학력 백수가 급증하고 있는데 대해 전문가들은 구직자들이 중소기업을 기피하고 대기업과 공기업만을 선호해 발생하는 인력 수급 불일치 문제라고 지적한다. 우리나라의 인력 수급 불일치 현상은 선진국의 2배가 넘는다. 실제로 300명 미만 중소기업의 경우 인력이 부족해 20%를 충원하지 못한 상태로 청년실업률이 10%에 이르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서울의 한 대학 취업센터 관계자는 “고스펙을 갖춘 학생들이 워낙 많아서 경쟁률이 치열할 수밖에 없는데도 학생들은 좋은 일자리만 지원하려는 경향이 있다”며 “일부 중소기업에서는 인력난이 심각해 지원만 하면 누구나 다닐 수 있을 정도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구직자들은 중소기업에 입사하려고 해도 기업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근무여건이 열악할 것이라는 인식 탓에 망설이게 된다는 입장이다. 취업준비생 최윤석(27)씨는 “대학 취업지원 센터나 주요 취업 사이트 등에서 괜찮은 중소기업의 정보나 전문적인 취업 정보를 얻는 일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국노동연구원 허재준 박사는“대기업 협력업체나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들은 적극적으로 홍보를 하고 정부도 구인-구직 정보 네트워크를 구축해 지원해 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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