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교신도시 교통소음 문제를 해결하려고 왕복 8차선 고속도로를 옮기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7년 전 환경영향평가 협의단계에서 소음 발생이 예상됐는데도 고속도로 옆에 아파트를 배치해 내진보강까지 마친 고속도로 교량을 폐기하고 1천억원이 넘는 돈을 들여 새 도로를 개설하는 것이다.
15일 LH와 성남시, 한국도로공사에 따르면 도공은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판교신도시 북단을 지나는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1.84㎞ 구간을 2015년까지 110m 북쪽으로 이설한다.
도공은 지난해 9월 설계용역에 착수했으며 오는 9월 용지보상에 들어가 올해 말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다.
고속도로 이설은 판교지구 택지개발로 바로 옆에 아파트 단지가 들어섰기 때문이다.
특히 A아파트의 경우 5개동 가운데 2개동(109가구)이 서울외곽순환고속도로 운중교 구간과 불과 33m 떨어져 있어 입주민들이 굉음 수준의 차량 소음에 시달리고 있다.
판교신도시 교통소음은 2004년 4월 '성남 판교지구 택지개발사업 환경영향평가서' 작성 당시 광역도로변 6개 지점에서 측정한 소음치가 대부분 환경기준을 넘어선 것으로 나왔을 때 예견됐다.
이 가운데 A아파트 부지에서는 예상 최고 소음치가 주간 72.7㏈, 야간 65.7㏈로 측정됐다.
이는 소음진동규제법상 교통소음 규제치(주간 68㏈, 야간 58㏈)와 환경정책기본법상 도로변 소음 기준치(주간 65㏈, 야간 55㏈)를 모두 초과하는 수준이다.
이런데도 판교지구 개발을 총괄한 국토해양부(당시 건설교통부)와 판교지구 사업시행자인 LH와 성남시는 방음벽(높이 3m)을 설치하기로 하고 고속도로 옆에 아파트 건설부지를 배치했다.
2006년 애초 15층으로 계획된 A아파트는 8.31부동산 대책 직후인 2006년 최고 18층으로 변경돼 고속도로 높이를 넘어섰다.
성남시는 A아파트 건설 공사 중이던 2008년 7월 최상층 소음치가 71㏈로 나오자 도공에 방음벽 설치를 타진했다.
하지만, 운중교 구조물이 방음시설 하중을 견디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오고 그 대체 방안으로 제시된 소음저감용 도로포장재도 소음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판단되자 2008년 9월 국토해양부에 도로 이설을 건의했다.
국토해양부는 2008년 10월 LH와 성남시, 도공 등 관련기관 대책회의를 열어 소음대책 연구용역 발주를 결정했다.
연구용역에서 도로 이설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제시되자 성남시는 2009년 11월 고속도로 이설을 국토해양부에 건의했다.
LH와 성남시는 사업비 1063억원(추산)을 판교 사업비(공동공공시설물 사업비로 정산)로 충당하기로 하고 지난해 5월 도공에 설계와 공사를 맡겼다.
아파트가 고속도로 옆에 들어선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고 분양받았던 입주자들은 아파트 건설 중이던 2008년 소음 피해를 제기한 데 이어 2009년 입주 이후 줄곧 소음 대책을 요구해 왔다.
A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관계자는 "거대한 다리 밑에 살고 있다고 상상해보면 고통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라며 "소음과 분진 때문에 날씨가 더워도 창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바로 앞을 내다보지 못한 도시계획으로 멀쩡한 고속도로를 옮기는 것을 두고 시민단체는 물론 관련기관 내부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구나 노선 변경으로 용도 폐기되는 운중교는 2007년 4~12월 14억원을 들여 내진 보강공사까지 마쳤다.
성남환경운동연합 황성현 사무국장은 "계획도시라고 자부하면서 대책 없이 사업을 추진해 결과적으로 난개발이 됐다"며 "세금은 아니지만 주민에게 돌아올 1천억원이 날아가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LH와 성남시는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성남시 관계자는 "인근 6개 단지 1450가구에 소음 피해를 해소하는 사업"이라며 "성남시 사업구역이긴 해도 판교 개발 전체를 국토해양부와 LH가 총괄해 개발계획을 수립했다"고 말했다.
LH는 "성남시가 도시환경을 고려해 결정한 것"이라며 "판교 택지개발은 설계단계부터 각 구역 사업시행자가 담당했기에 해당 구역 세부 계획수립 결정권은 성남시에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