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캘퍼(초단타매매자)들과 공모해 특정 ELW 종목의 시세를 조정한 전 증권사 직원이 구속됐다.
16일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2부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I증권사 전 직원 김모(43)씨를 구속했다고 밝혔다.
검찰이 ELW 불법매매를 수사하면서 유동성공급자(LP)의 시세조종 혐의를 밝혀낸 건 이번이 처음이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올 1∼2월 거래량이 적은 10여개 ELW 종목을 선정해 스캘퍼들과 짜고 의도적으로 거래를 일으켜 매매가 성황을 이루는 것처럼 시세를 조종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씨는 또 특정 ELW 종목의 예정 호가를 미리 스캘퍼들에게 알려줘 거래량을 조절하게 하거나 일반 투자자들보다 빠르게 매수·매도 주문을 넣게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식으로 특정 ELW 종목을 '밀어' 일반 개미 투자자들이 몰리면 스캘퍼들은 이익을 남기고 뒤로 빠졌다고 검찰은 설명했다.
거래량이 일정 수준에 못 미치는 ELW 종목은 거래소에서 상장 폐지되기 때문에 증권사들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고 시세조종을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그러나 "매수·매도 호가는 신고비율 범위에서 제시한 것"이라며 일부 혐의를 부인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LP인 증권사는 ELW 시장에서 적정 가격 형성을 유도하기 위해 매수·매도 호가를 제시하는데 통상 '신고스프레드비율' 20% 이내에서 호가를 제시하고 있다. 즉 매수호가가 100원이면 120원 이내에서 매도호가를 제시하게 된다.
검찰은 구속된 김씨를 상대로 스캘퍼들로부터 대가성 금품을 수수했는지를 확인하고 해당 스캘퍼들에 대해서도 시세조종 혐의를 적용할 방침이다.
앞서 검찰은 지난 4월 ELW 불법 매매로 100억원의 수익을 챙긴 스캘퍼 손모씨와 H증권 직원 백모씨를 구속기소했으며 15일에도 50억원의 부당수익을 챙긴 스캘퍼 조모씨를 구속기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