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한국 증시에서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자금 5000억원 가량이 빠져 나간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헤지펀드의 경우 위험 징후에 매우 민감하다는 점에서 이번 자금 이탈이 국내 증시의 조정을 예고하는 신호가 아니냐는 분석이 증권가를 중심으로 흘러나오고 있는 것이다.
반면 헤지펀드의 특성상 이같은 움직임에 지나친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단는 지적도 있다.
17일 IBK투자증권이 월간 국가별 상장주식 매매 추이를 분석한 결과, 지난달 국내 증시에서는 룩셈부르크, 케이만군도, 버진아일랜드, 버뮤다, 바하마 등 소위 조세회피지역의 자금 4803억원이 순유출됐다.
통상적으로 헤지펀드가 조세회직역에 위장거점을 설치, 운영된다는 점에서 이들 자금은 헤지펀드에서 나온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올해 2월과 3월에는 각각 3201억원, 6284억원이 유출됐다. 그러나 4월에는 6914억원이 순유입돼 분위기가 반전되는 듯했다.
그러나 다시 한 달 만에 자금이 대거 이탈하면서 5월 말 현재 누적으로는 4143억원의 순유출을 기록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회복한 지난해에는 이들 조세회피 지역에서 모두 2조3330억원이 순유입된 바 있다.
이에 금융계에서는 헤지펀드들의 `탈(脫) 코리아'의 배경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외국계 증권사 관계자는 "헤지펀드로 추정되는 자금이 이탈하는 조짐이 일고 있다"며 "특히 4월에 돌아오는 듯했다가 다시 한 달 만에 대거 빠져나가는 것은 모양이 안 좋다"고 우려의 목소리르 높이고 잇다.
다른 증권사 관계자도 "헤지펀드의 행보는 한국을 비롯한 신흥시장을 나쁘게 전망한 결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단기 수익을 좇는 헤지펀드의 속성상 움직임에 큰 의미를 부여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도 있다.
IBK투자증권의 김순영 연구원은 "한 달 간격으로 자금이 들어왔다 나가기를 반복하고 있다. 헤지펀드는 특성상 경기가 안 좋으면 단기간에 자금을 빼서 다른 지역으로 이동했다가 좋아지면 다시 들어오기도 해 수개월 이상 순유출이 지속하기 전에는 크게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고 평가했다.
또한 장기 성격을 띤 미국계 자금은 순유입세를 나타낸다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우리투자증권의 서동필 연구원은 "미국계 자금은 지난해 이후 꾸준히 매수 우위다. 조세회피지역에서 자금이 나간다고 하지만 미국계 자금에 비하면 규모가 크지 않아 의미를 부여할 수준은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