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수직계열화 20년... 국내 2위 수출기업 성장

입력 2011-06-19 10:55 수정 2011-06-19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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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46조원 규모로 성장.. 세계 최대 규모 울산 석유화학 단지, 수출 선박 줄지어 입항

▲SK 울산컴플렉스 부두에서 세계 각국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기 위해 물량을 배에 선적하고 있다.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심장으로 불리는 SK 울산 컴플렉스. 이곳에 있는 8개 부두에는 러시아, 중국, 인도네시아 등 세계 각국으로 석유화학제품을 수출하는 선박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이들 8개 부두는 시간당 4만 배럴, 하루에 96만 배럴의 석유제품을 선적할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의 제품 출하 기반시설을 갖추고 있지만 수출물량이 밀려있기 때문이다.

SK 관계자는 “과거에는 소형선박이 많았고 지금은 대형선박이 많아졌다는 차이가 있다”며 “석유제품 수출에 사용되는 30만 배럴 선적을 기준으로 할 경우 10년전 한달 평균 부두 이용 선박이 15대 내외였다면 지금은 30대 내외가 매달 부두를 이용하고 있는 셈”이라고 설명했다.

이들 8개 부두에서 하루에 30만 배럴이 해외로 수출되고 있다. 국내 석유 소비량이 200만 배럴인 점을 감안하면 국내 전체 소비량의 15%가 SK 울산 부두를 통해서 해외로 수출되고 있는 것이다.

SK그룹은 지난해 매출이 처음으로 100조원를 넘었다. 올해는 그보다 많은 110조원에 육박할 전망이다. 20년 전에 비하면 10배 이상 성장한 것이다.

이 같은 SK그룹의 성장을 주도하는 것이 바로 석유화학 사업이다. SK그룹의 석유화학 사업이 이처럼 든든한 성장 버팀목이 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20년 전에 완성된 수직계열화의 결과다.

수직계열화는 SK그룹이 원유에서부터 완제품까지 생산하는 비전을 실천하기 위해 1991년 6월 완성한 경영전략이다.

SK그룹은 당시 SK울산컴플렉스에 제2에틸렌 생산시설 등 모두 9개 공장을 한꺼번에 준공하면서 정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봉제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이뤄 로컬 석유시장에서의 발판을 굳건히 마련했다.

1991년 수직계열화가 완성됐을 당시의 SK 석유화학사업은 4조원대의 매출에 1조원대의 수출을 기록했다. 1990년대 후반 수년간 10조원대의 매출을 기록한 SK석유화학 사업은 최태원 회장의 강력한 수출드라이브 정책으로 2005년 처음으로 20조원대 매출인 21조9145억원을 기록했다.

수출 역시 2005년도에 10조6888억원을 기록,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섰다. 2005년을 기점으로 수출비중이 50%에 달하는 수출주도형 기업으로 완전히 탈바꿈한 것이다.

지난해 SK 석유화학 사업은 45조8669억원 매출에 27조7208억원 수출을 기록, 수출비중이 60%를 넘어섰다. 수직계열화 원년 대비 매출은 11배, 수출은 27배가 증가하면서 현재는 국내 2위에 해당하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최태원 회장은 수직계열화는 로컬 시장에서는 ‘완성’이지만 글로벌 시장을 감안하면 ‘시작’일 뿐이라고 판단했다. 특히 국내 석유시장은 조만간 포화상태가 되는 레드오션인 만큼 글로벌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고 봤다.

이는 2조원 규모의 울산 제2차 중질유 분해시설(RFCC) 투자, 1억 달러가 넘는 인도네시아 윤활기유 공장 투자, 5000억원이 넘는 페루 LNG 공장 공장 투자 등 국내외 잇따른 대형 투자로 이어졌다.

특히 자원개발 투자에 의욕적이었던 최태원 회장은 지난 2005년 자원개발에 1300억원을 투자한 이후 지속적으로 투자를 늘려 2007년 5000억원, 2009년 9000억원을 거쳐 지난해에는 1조3000억원을 투자했다. 자원개발 1조원 투자시대를 연 것이다.

지난해 6월 페루에 준공된 LNG 공장으로 SK그룹의 지분원유 생산량은 4만2000 배럴에서 5만9000배럴로 늘어났다. 2003년 지분원유 생산량인 1만 배럴에 비해 6배나 증가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의 뚝심있게 추진한 자원개발은 이제 SK그룹의 확실한 성장동력으로 자리잡았다.

SK그룹의 자원개발 매출은 지난 2007년 3232억원, 2008년 5253억원, 2009년 6358억원에 이어 지난해에는 7830억원을 기록하는 등 고속 성장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개발에서만 2778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을 감안하면 올해 말에는 모두 1조원의 자원개발 매출을 기록할 전망이다.

SK의 자원개발 영업이익률은 50%가 넘을 만큼 확실한 캐시카우로 역할하고 있다. 지난해 자원개발 매출 7830억원 가운데 영업이익이 4154억원에 달해 영업이익률이 53%에 달하고 있다. 올해 1분기 자원개발 영업이익률도 58%(2778억원 매출에 1613억원 영업이익)에 달한다.

최태원 회장은 올 초 두 번에 걸쳐 중동과 중남미-호주를 잇는 해외 자원경영에 나서는 등 자원개발 사업의 고삐를 늦추지 않고 있다.

SK그룹은 올해도 최 회장의 지휘 아래 콜롬비아 등 탐사광구에서 시추에 나서고, 생산광구 추가 매입 등에 나서는 등 자원개발을 확대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은 또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자원개발과 수출기업으로 대변됐던 SK그룹을 녹색성장 리더로 만들겠다는 새로운 비전이다. 구체적으로 신재생 에너지와 2차 전지 등 신규자원 에너지 개발사업을 본격화하고 있다.

최태원 회장이 최근 SK이노베이션 글로벌테크놀로지(옛 SK기술원)를 1박2일로 방문해 전기차용 배터리, 그린폴(이산화탄소플라스틱), 그린콜(청정석탄에너지), 바이오연료 등 SK의 미래를 책임질 ‘그린 비즈니스’ 현장경영에 나선 것도 비전을 구체화하는 일환이다.

SK그룹은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 외에 최근에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주목받는 LNG 사업에서도 제2의 수직계열화에 나서고 있다. LNG 가스전 탐사, 생산ㆍ액화, 트레이딩, 발전, 집단에너지 공급 등 밸류 체인(Value-Chain) 전 과정을 사업화하는 것이다.

SK그룹은 최근 충남 서산일반산업단지에 600MWh 규모의 배터리 생산 공장 착공식을 갖고 전기차용 배터리 사업을 본격화했다. 그 동안 연구개발 단계에 있던 2차전지 사업이 이번 공장 착공으로 본격적인 양산단계로 돌입하게 된 것이다.

이만우 SK㈜ 브랜드관리실장은 “최태원 회장은 20년 전 이룬 석유에서 섬유까지의 수직계열화를 발판으로 천연가스, 녹색에너지, 신재생에너지 등 모든 에너지 군에서 수직계열화를 추진해 진정한 에너지 리더로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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