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고 노는게 내수 활성화인가

입력 2011-06-20 11:30 수정 2011-06-20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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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 출근 5시 퇴근·봄 가을 방학 도입…아무리 아이디어라지만 해도 너무해

“돈을 쓰지 않아서가 아니라 쓸 돈이 없는데..”

현실적이지도·근본적이지도 않은 대책들

재정·세제지원 빠져 실효성 효과 반감

대체공휴일제, 봄·가을방학 신설 등 정부가 지난 17~18일 내수 활성화를 위한 국정토론회를 통해 내놓은 각종 대책들에 대해 벌써부터 비판여론이 들끓고 있다.

부처 간 이견이 크거나, 이미 제기했던 내용일 뿐 아니라 재정 투입이나 세제 지원없이 이른바 ‘놀고 먹는 식’의 대안으로 내수 활성화를 기대하기 힘들다는 목소리가 높기 때문이다.

우선 정부는 내수활성화를 위해 공휴일과 주말이 겹칠 경우 대체휴가를 쓰고, 겨울방학을 줄이는 대신 가을방학을 신설하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 공공부문의 8시 출근 5시 퇴근 제도(8-5제도) 도입안도 나왔다. 여가시간이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소비와 여행 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그러나 재계에서는 포퓰리즘적 제도라며 강력 반발하고 나섰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대체공휴일제 도입은 관광산업 활성화 등 내수 진작에 별 도움이 안 되고 기업부담만 커진다”며 “내달부터 20인 미만 영세기업에서 주40시간 근로제가 시작되면 중소·영세 기업의 어려움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꼬집었다.

가을방학은 학제 개편 사안으로 교육과학기술부에서도 반대하고 있고, 공공부문 ‘8-5’제도는 5시 퇴근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공무원들의 근무시간만 늘어나는 꼴이 될 것이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대형마트의 영업시간을 단축해 동네 슈퍼를 보호하자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소비자의 쇼핑 권리를 침해하는 시대흐름에 역행하는 제도일 뿐 아니라 시장원리에도 어긋난다는게 재계의 지적이다.

서비스산업 규제완화를 위한 투자개방 병원 도입이나 자격제도 진입장벽 완화 역시 재정부와 관련단체 혹은 이익단체의 반발로 사실상 진척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게다가 가계 소비여력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는 재정·세재지원책은 빠져 있다. 결국 국민들이 많은 시간을 놀면서 돈을 쓰면 내수가 부양할 것이란 의도지만, 먹고 사는 문제조차 해결이 어려운 서민들에게는 ‘먼 나라 얘기’일 수밖에 없다. 내수가 죽은 것은 서민들이 쓸 돈이 없기 때문인데, 정부는 돈 쓸 곳이 없어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고 있다고 잘못 판단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민간경제연구원 한 연구원은 “서비스산업 등 내수기반 산업의 틀을 만드는 것이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있다”며 “경제 현실을 좀 더 면밀히 분석해 현실적이고 장기적인 대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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