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포늪은 담수 면적이 2.3㎢에 이르는 천연 늪으로 그 넓이가 서울 여의도만하다. 국내 최대 규모로 1500여종의 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천국이다. 늪은 자연생태계 보존지역으로 지정됐을 뿐 아니라 국제적으로 중요한 습지에 관한 협약인 람사르 협약에 등록돼 보호되고 있다. 우포늪이 생성된 것은 약 1억4000만년 전으로 추정되고 있다.
우포늪으로 총칭해 부르지만 늪은 제방을 경계로 4곳으로 구분된다. 현지 주민들은 우포, 목포, 사지포, 쪽지벌 등으로 나눠 부른다. 늪은 위치에 따라 개성도 모습도 다르다. 우포는 소의 형상을 닮았다고 해서 예전부터 소벌로도 불렸다. 나무가 무성했던 목포늪은 나무벌, 모래가 많았던 사지포는 모래벌이라는 친근한 이름을 지니고 있다. 우포 서쪽의 쪽지벌은 네 개의 늪 중에서 가장 작은 규모다.
이름과 모습은 달라도 여름이 오면 우포늪은 닮은 색으로 변신한다. 6월이면 초록의 잎들이 무성하게 수면을 덮기 시작하는 시기다. 왕버들나무의 군락도 무성함을 자랑하고 물풀의 왕인 가시연꽃도 큼지막한 잎을 뽐내며 신비감을 더한다.
우포늪은 하루에도 시시각각 다른 풍경으로 다가선다. 늪이 전해주는 감동을 제대로 음미하려면 이른 아침에 찾을 일이다. 늪 곳곳에서 물안개가 피어오르며 몽환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물안개 사이로 물새가 날아오르고 우포늪의 상징인 장대거룻배가 오간다. 늪이 가장 아름다운 풍경으로 젖어있을 시간이다.
한낮에 뜨거웠던 늪은 해가 지면 또 별천지로 변신한다. 우포늪 주변에는 다른 빛이 없기 때문에 이 일대의 별은 유난히도 또렷하게 빛난다. 우포늪에 사는 온갖 동물들의 소리까지 어우러져 별밤 아래 자연의 오케스트라가 펼쳐진다. 실제로 우포늪의 전문가들이 추천하는 풍광이 새벽과 함께 우포의 별밤이다. 별자리 감상은 우포늪의 8경중 하나이기도 하다.
한낮에 우포늪을 탐방할 때도 남쪽 초입 생태전시관 인근만 휙 둘러보고 돌아서는 우를 범하지 말기를 바란다. 실제로 우포늪은 곳곳에 숨은 비경을 담고 있다. 북쪽 목포의 장재마을은 왕버들 군락으로 원시적인 멋을 전해준다. 실제로 우포늪의 8경중 1경에 속하는 곳이 왕버들 군락이다. 왕버들 수림 안으로 걸어 들어서면 자운영 군락이 고요함을 깊게 덧칠한다.
우포 북단의 소목마을은 장대거룻배의 풍경이 남아 있다. 장대거룻배는 자연과 사람이 하나되는 연결고리이다. 몇몇 어부들에게만 고기잡이가 허용돼 새벽녘 한가롭게 배가 오가는 정경은 서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한다.
우포늪을 탐방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가장 우포에 현명하게 다가서는 길은 목포제방, 주매제방을 넘어 목포, 우포, 사지포 일대를 걸어서 둘러보는 것이다. 실제로 걷기 여행 열풍의 붐을 타고 이른 아침 우포늪을 걸어서 탐방하는 젊은 여행자들을 곳곳에서 만나게 된다. 웬만한 걷기 여행 코스 못지 않은 행복감을 우포늪에서 느낄 수 있다. 남쪽 생태전시관을 둘러본 뒤 이곳에서 대여해주는 자전거를 타고 늪의 관찰로를 이동할 수도 있다. 우포늪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환경단체인 ‘푸른 우포사람들’은 우포늪에 대한 친절한 안내와 함께 우포자연학습원을 운영 중이다. 이곳에서 늪의 식생과 역사를 직접 몸으로 알아가는 생태체험에도 참가할 수 있다.
늪 산책과 산행으로 다가서는 피로는 부곡온천에서 풀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부곡온천은 옛날부터 가마솥처럼 생겼다고 부곡이라 불렸고, 자연 분출된 온천물은 국내최고 온도를 자랑한다. 부곡온천 지구에는 물놀이 시설인 부곡하와이가 있어 가족단위 방문객이 즐겨 찾는다. 창녕의 깔끔한 숙박시설은 대부분 이곳에 밀집돼 있는데 각 숙소마다 지하에 온천시설을 갖추고 있어 휴식과 보양을 위해 좋다.
창녕읍내에서도 여러 유적을 만나게 된다. 읍내 만옥정 공원에서는 신라 진흥왕이 서기 561년에 건립한 국보인 신라 진흥왕척경비가 세워져 있으며 창녕객사, 퇴천3층석탑 등도 있어 고풍스런 휴식을 선사한다. 가야시대 고분인 교동고분군 사이를 거닐거나 창녕 석리 성씨 고가촌에서 오래된 한옥집들만 구경해도 마음은 늪처럼 평화롭고 넉넉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