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뛰는 조선ㆍ철강, 글로벌시장 적수가 없다

입력 2011-06-21 10:37 수정 2011-06-21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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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ㆍ철강업계, 공격경영 효과...새수익원 신시장 두마리 토끼 잡아

언제 닥칠 지 모르는 주력사업 성장 정체, 새 수익원 개척에 나서자.”

지난 2000년대 유례없는 호황을 누렸던 조선, 철강업계가 당시 이같은 ‘신시장 개척 정신’의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값싼 원자재를 내세운 중국 조선, 철강업계의 거센 도전을 품질과 고부가가치 신기술 개발로 글로벌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내수시장 수요 충족은 물론 해외시장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전략이 새로운 수익원과 신시장 확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안겨주고 있는 셈이다.

▲현대중공업이 지난해 3월에 전북 군산 군장산업단지에 준공한 군산조선소와 풍력발전기 공장 전경.

◇드릴십 수주전, “한국 조선업체의 적수는 없다”= 최근 몇 년 사이 글로벌 금융위기와 중국의 추격으로 잠시 주춤했던 국내 조선업 경기가 빠른 속도로 회복하고 있다. 고유가 여파로 드릴십 등 대형 해양 플랜트 사업이 봇물을 이루면서 올 하반기부터 조선경기가 본격적인 회복세에 진입할 것이라는 낭보도 나오고 있다.

특히 고부가가치 선박의 수주량이 급증하면서 지난 2009년부터 세계 최고의 권좌를 내줬던 한국의 조선업계가 중국과의 격차를 크게 벌리며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이는 중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고부가가치 선박 수주에 강점을 가지고 있는 국내 조선업계의 기술 경쟁력을 입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처럼 우리 조선산업이 세계 조선시장을 다시 재패할 수 있었던 비결은 선견지명과 그에 따른 선행 투자가 주효했다. 조선업계는 지난 1990년대 초반부터 세계 에너지원이 다변화되면서 천연가스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하고 이를 국가적 과제로 삼았다.

일찌감치 고부가가치 선박에 눈을 떠 투자와 기술개발을 주도해 선박 건조에 있어 작업 성능과 효율성은 크게 높아진 반면 연료비와 유지비는 대폭 낮춰 세계적인 시추회사들의 호평을 받고 있는 것이다.

또한 극심한 조선업 불황이후 조선, 해양분야에서 쌓아온 노하우를 바탕으로 신사업 진출을 통한 사업다각화도 눈에 띈다. 조선 분야에서 부가가치가 높은 선박의 비중을 높이고, 동시에 신재생에너지 시장과 기계, 전기 분야 등 비조선 분야를 육성해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이재성 현대중공업 사장은 올 초 임직원에게 “글로벌 시장의 흐름과 고객 성향의 변화를 전망, 지속 성장의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면서 “사업 다각화를 위해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이 사장의 말은 현실로 나타났다. 태양광사업과 풍력사업을 전담하는 그린에너지사업본부가 신설됐고,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다. 10년 전부터 관련 사업에 대한 투자를 하고 있어 즉시 실행이 가능했다.

세계 각국에 관련 생산 공장의 증설도 올해를 기점으로 본격화 될 예정이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연간 생산 규모 1만4000MVA의 미국 앨라배마 주 중대형 변압기 공장 완공이 사업 확대의 신호탄이다.

삼성중공업 역시 지난해 조선부문에 대한 편중을 해소하고 사업구조를 다각화하기 위해 친환경 분야의 대표적인 수익모델인 풍력발전설비 사업에 진출했다. 지난해 9월 미국 씨엘로(Cielo)사와 2.5MW급 풍력발전기 3기를 2011년까지 텍사스주에 설치하는 내용의 의향서(LOI)를 체결하면서 미국 시장 공략에 나섰다.

이 같은 사업다각화 모색은 지난 3월 김징완 부회장 체제에서 노인식 사장 단독 대표체제로 전환되면서 더욱 속도를 내고 있다.

◇철강업계, 공격적 투자로 해외시장 공략= 철강업계도 제2의 도약을 위한 공격적인 행보를 펼치고 있다. 대규모 설비 투자로 바탕으로 영토를 해외시장까지 확대하면서 또 다른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것이다.

철강업계가 지난 2008년부터 2010년까지 3년 동안 설비부문에 투자한 금액은 77조원에 달해 2001년부터 2003년까지의 투자금액(24조원)보다 3.2배나 늘었다. 이에 따라 2001년부터 2010년까지 연 평균 설비 투자액은 4조6336억원에 달하고 연 평균 매출액 대비 설비 투자비 역시 이 기간 동안 9.8%에 이를 정도다.

이같은 설비투자 급증은 현재의 설비 능력에 만족하기보다 공격적인 투자를 통 해외로까지 영역을 확대하겠다는 것이 업계의 포석이다.

글로벌 철강시장은 메이저 원료공급사가 주도하는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되고 인도·브라질·동남아 등 신흥시장에선 메이저 철강사들의 마케팅 전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생산성과 가격, 원가경쟁력을 지키지 못하면 패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를 넘어서기 위해선 적소에 생산력을 키우고 적기에 시장을 선점하는 일이 중요하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철광석을 비롯한 원자재값이 급등하며 원료 공급사들의 횡포가 심해지자 원자재를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며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철강업계가 사활을 건 자원확보 경쟁을 벌이고 있는 셈이다.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것도 철광석 등 자원 개발을 위한 포석이다. 대우인터내셔널은 버마 가스전, 마다가스카르 니켈 광산, 호주 유연탄광 등 에너지·광물 개발 광구 15곳의 지분을 갖고 있다. 자원 탐사부터 생산까지 다양한 경험을 가진 대우인터내셔널의 노하우를 십분 활용하자는 취지다.

현대제철도 지난해 5월 한국광물자원공사와 양해각서(MOU)를 맺고 해외자원 개발시장 진출을 선언했다. 카자흐스탄과 뉴질랜드에서 자원 개발에 나선 현대하이스코와의 협력도 강화할 방침이다.

한편 최근 업계가 신성장동력 확보 차원에서 투자와 해외 진출에 적극 나서면서 새로운 도약기를 맞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의 상황을 요약하면 제2의 도약기로 볼 수 있다”며 “포스코의 적극적인 해외시장 공략과 현대제철의 제3고로 착공, 동국제강의 브라질 고로 사업 본격 개막 등이 제2의 도약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현재 제2의 도약을 위해 국내에서는 안정적인 내실 다지기와 설비 투자를 단행하고 해외에서는 고로와 냉연설비 등을 통해 ‘한국 철강업’의 저력을 과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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