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유로화는 달러에 대해 유로당 1.43달러로, 작년 6월 기록한 1.20달러의 사상 최저치보다 20% 가량 높은 수준에 있다.
작년 봄 그리스 재정위기가 처음 불거졌을 당시 유로값 폭락으로 유로존 붕괴설까지 나돌던 때와 사뭇 다른 모습이다.
유로 하락에 배팅한 헤지펀드들의 예상은 보기 좋게 빗나갔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예상의 오류는 달러의 펀더멘털이 유로보다 나쁘다는 점을 투자자들이 놓친 데서 비롯됐다고 20일(현지시간) 분석했다.
최근 달러는 위험수위에 달한 미국의 재정위기로 인해 안전자산이라기보다는 ‘문제 통화’로 간주되고 있다.
반면 유로는 그리스의 국가 부도 우려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요인에 의해 추락을 면하고 있다고 WSJ은 전했다.
WSJ은 우선 애널리스트들이 유럽중앙은행(ECB)이 채권시장이나 그리스 포르투갈 아일랜드은행의 지원 규모에 대해 과소평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었다.
또 일부 문제있는 국가를 제외한 유럽국가의 경제가 예상보다 훨씬 안정적인 점도 유로 가치 하락을 막고 있다고 WSJ은 지적했다.
독일을 비롯한 유로존 국가의 강력한 수출 증가가 유로를 지지하고 있다는 것이다.
유로존의 구원투수를 자청한 중국의 지원도 유로값 추락을 막고 있다.
중국 당국은 지난 주 유로존의 국채를 계속 매입할 방침을 거듭 표명했다. 중국 이외에도 외환보유고 담당자들이 분산 투자의 일환으로 유로 자산을 늘리고 있는 점도 유로를 지지하고 있다.
이에 반해 미국 경제는 예상보다 훨씬 취약하고, 더블딥 우려도 여전하다.
지난해 연방준비제도(이하 연준)는 ECB보다 먼저 금리인상을 단행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11월 2차 양적완화를 도입함으로써 미 경제의 취약성을 확인시켰다.
ECB는 올 들어 지난 4월 기준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인상했고, 7월에 0.25%포인트의 금리를 또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정황상 유로존 문제가 아무리 심각해도 유로는 달러가 처한 상황보다는 양호하다는 것이다.
도이체방크의 앨런 러스킨 통화 스트래티지스트는 “유로와 달러는 최하위 싸움을 벌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작년 5월 유로가 연내에 1.1650달러까지 내릴 것으로 예상했지만 1.33달러로 끝났다”면서 “지금까지는 레이스에서 달러가 이겼다”고 말했다.
작년 이맘때 그리스 등 주변국 경제의 경쟁력을 높이려면 유로가 달러와 등가까지 하락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 소시에테제네랄의 세바스찬 게리 통화 투자전략가는 “유로와 달러의 등가 예상은 유로 매수라는 역효과를 낳았다”면서 “판단 시 범한 오류 중 하나는 연준의 정책에 대한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로가 달러보다 한 수 위라고 진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