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의 굵직한 매물들이 인수합병(M&A) 시장에 잇달아 나오면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하이닉스의 경우 이번에는 매각이 과연 성사될 수 있을 지, 대한통운은 누가 새 주인이 될 지에 재계는 주목하고 있다. 또 그룹의 모기업인 금호고속 매각이라는 배수의 진을 친 금호아시아나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이룰 수 있을 지도 관심이다.
◇대한통운, 새 주인 누가 될까= 대한통운의 새 주인은 다음 주 쯤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대한통운 매각 주간사들은 오는 27일 오후 5시 본입찰을 마감한다는 방침 하에 지난 21일 예비입찰에 참여한 기업 세 곳에 이를 통보했다.
주간사들은 본입찰 마감 후 늦어도 3일 이내에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인수대금 입금을 포함한 모든 절차는 늦어도 9월 초까지 끝낸다는 것이 주간사들의 목표다.
대한통운 인수를 포스코·CJ·롯데그룹의 기싸움이 만만치 않다. 포스코는 예비입찰에서 가장 금액을 적게 써 냈지만 대한통운 노동조합 측에서 1순위 인수 후보로 꼽고 있다. 든든한 지원군을 확보한 셈이다. 현재 10여명으로 구성된 전략사업실 주관 아래 본입찰 참여를 위한 막바지 준비 중이다.
하지만 오너 경영체제인 롯데, CJ와 달리 전문 경영인이 회사를 이끌고 있어 가격 경쟁에서 불리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포스코 관계자는 “당장 현금화 가능한 자산이 현금을 포함해 3조원 이상으로 조달 비용에 대한 부담은 적다”고 말했다.
롯데는 자회사 분리 매각에 불만을 나타내며 발을 빼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다시 참여하는 쪽으로 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CJ는 대한통운 택배 사업과의 시너지효과를 기대하며 M&A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하이닉스, 이번엔 팔릴까= 주인찾기에 번번히 실패해 온 하이닉스반도체 매각 작업도 다시 본격화됐다. 현대중공업그룹 등 ‘범 현대가(家)’가 하이닉스 인수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하이닉스는 과거 현대전자 시절 현대가의 한 가족이었다. 현대중공업이 현대오일뱅크를, 현대차그룹이 현대건설을 인수한 상황에서 하이닉스 인수는 ‘현대가 부활’에 방점을 찍을 수 있다. 반면 반도체 업황이 좋지 않은 상황이어서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도 있다.
하지만 현대중공업은 재무 안정성이 뛰어나 다른 경쟁자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하이닉스 인수 부담이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조선주 업황 회복 등으로 주가가 급등하면서 시가 총액 3위에 올라있다.
사업적 측면에서도 태양광 사업을 진행중인 현대중공업과 반도체, 웨이퍼 등을 만드는 하이닉스의 만남은 시너지 효과를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다만 금융권 안팎에서는 총선과 대선 시기를 얼마 남겨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어서 하이닉스 매각 작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기에는 진통이 따를 수 밖에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또 현대가가 하이닉스를 인수할 경우 특혜 시비가 불거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 현대건설 M&A 과정에서도 특혜시비가 붙었었다.
실제로 외환은행 등 하이닉스 채권단은 지난 21일 매각 공고를 내면서 “매각 조건은 7월 중순 인수 희망자들의 투자의향서를 받아본 뒤 공개할 것”이라고 했지만, 유재한 정책금융공사 사장은 같은 날 기자간담회를 열고 채권단과 다른 입장을 밝혔다.
유 사장은 “채권단이 가진 하이닉스 지분 15% 중 7.5% 이상은 팔아야 하고, 신주를 발행할 경우 주식 가치 하락을 막기 위해 10% 이상은 발행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투자의향서를 받기 전에 매각 조건을 못박았다.
유 사장은 하지만 “향후 원한다면 채점표를 공개할 수도 있다. 공개적으로 진행해 예측가능성을 높이겠다”며 특혜시비를 차단했다.
◇금호고속 매각, 금호그룹 경영정상화 하나= 금호아시아나그룹이 재무구조 개선으로 경영정상화에 속도를 내기 위해 금호산업의 고속사업부를 매각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채권단과 그룹은 금호산업의 고속사업부를 물적 분할한 뒤 매각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그룹 관계자는 “자구계획 이행차원에서 채권단과 금호산업의 고속사업부 매각방안을 협의 중”이라며 “아직 세부적으로 정해진 바는 없다”고 말했다.
금호산업의 고속사업부는 지난해 전체 매출의 15%를 올리는 데 불과했지만 526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다. 반면 건설사업부는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통운 자회사인 금호터미널을 2555억원에 사기로 한 만큼 일단 터미널과 사업 연관성이 높은 고속사업부를 매각해 재무구조를 개선한 뒤 경영이 정상화하면 되사는 방안(콜옵션)도 검토되는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