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윤종신이 특별한 이유 "찌질함에 반하다"

입력 2011-06-22 12:25 수정 2011-06-23 1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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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종신
매월 숨은 보석을 발굴하듯 선, 후배 가수들의 피처링이 담긴 디지털 싱글 ‘월간 종신’을 낼 때부터 윤종신의 특별함은 빛을 발했다. 예능 늦둥이에서 이제 어엿한 예능의 진행자로 굳히기를 한 윤종신은 지난 17일부터 3일간 연세대 백주년 기념관에서 개최한 콘서트를 통해 그의 예능 나들이는 ‘완전한 외도’가 아니었음을 입증했다.

‘내 생애 가장 찌질했던 이별’이란 콘셉트로 진행된 이번 공연은 노래 선곡과 공연테마가 짜임새있게 어우러지며 이별에 관해 좀 더 사색적이고도 시적으로 다가갔다.

▲네이버 단어검색

대형 화면에‘찌질’이란 단어 정의를 보여주고 객석이 한바탕 웃고 웃음소리가 줄어들때 즈음 윤종신은 편안한 청바지와 티셔츠 차림으로 무대에 등장했다.

11집에 수록된 ‘내일 할일’로 오프닝을 연 그는 “이렇게 대놓고 윤종신다운 콘서트 제목은 처음이다”며 “이 더운 날씨에 신나는 콘서트도 아니고 우울한 콘서트에 표를 예매한 것은 두가지 이유다. 진정한 윤종신 팬이거나 찌질하거나“라며 특유의 유머멘트로 객석을 웃게했다.

이어 “많은 분들이 인생의 몇번은 찌질한 순간이 온다고 생각한다. 특히 이별했을 때 쿨한 사람은 없다”며 “사람이 찌질해질 수밖에 없는 이별을 이번 공연에서 노래하겠다”고 전했다.

그는 두 번째 곡으로 ‘두 이별’을 선곡해 들려줬다. ‘두 이별’은 이정이 피처링한 곡으로 2011년 5월 월간종신에서 발표한 앨범이다. 파트 1과 2로 나뉘어져 있으며 파트 1에서는 연인에게서 헤어짐을 감지한 남자가 처음에 담담히 헤어짐을 받아들이는 내용의 가사다. 하지만 파트2에선 마음을 바꿔달라고 애원하는 남자의 심정을 노래했다.

무려 8분 남짓한 곡이다. 이에 노래를 마친 윤종신은 예능늦둥이 답게 “두 곡 부르는 줄 알았죠?”라며 “음원 사이트가면 8분이 넘는 노래지만 한 트랙 가격이다. 마트에서 첫 시도했던 원 플러스 원 가격으로 드리고 있다”고 너스레를 떨었다.

그리고 진지하게 곡 소개로 넘어갔다. 그는 “이별 현장에서 남자들은 쿨한 척 한다. 하지만 빠른 분들은 3일, 오래 걸리는 분들은 3-4개월 후 울고 매달린다. 그리고 이후엔 횡설수설하게 된다”며 “그런 과정들이 '두 이별'에 담겨 있다”고 전했다. 이별 노래에 다른 시도와 접근을 해보고 싶었다는 그다.

이어 ‘찌질의 조건’으로 ‘이별 후 방황’을 들며 ‘이별택시’를 선곡했다. ‘이별 택시’는 페이스북 월간 종신 홈페이지에서 그가 만든 이별 노래 중 가장 찌질했던 곡 투표결과 1위를 한 곡이기도 하다. 원곡은 김연우가 부른 노래로 윤종신 작사, 작곡의 노래다. 이 곡은 이별 후 택시를 타고 슬픔을 받아들여야 하는 남자의 방황하는 심정을 담았다. 특히 독백적인 가사와 택시 아저씨에게 건네는 독특한 대화법이 인상적이다.

이외에도 노스케줄, 고속도로 로망스 등으로 무대의 열기를 이었다.

2부 순서는 그의 음악적 노예와 동료들이 채워 나갔다. 조정치, 메이트의 기타 겸 보컬을 맡고 있는 정준일, 원모어 찬스가 함께 해 이별 테마의 분위기를 이어갔다.

특히 윤종신은 조정치에 대해 “음악적 노예이자 콘서트 제목과 잘 어울리는 뮤지션”이라고 소개하며 “음악노예 1세대였던 유희열은 뺀질 거려 의자에 묶어 놨었다. 하지만 조정치는 성실하다”고 칭찬해 눈길을 끌었다.

▲윤종신
3부는 윤종신의 90년대 히트곡이자 대표곡이 된 6집 수록곡 ‘너의 결혼식’으로 열었다. 연인의 결혼식에서 그녀의 행복을 빌어주는 남자의 심정의 가사가 인상적이다. 윤종신은 “찌질의 조건 중 하나가 이별 후 그녀의 행복을 걱정하는 오지랖”이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별노래로 자칫 가라앉을 수 있는 분위기를 그의 유머와 재치로 살려내고 있었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90년대 재미있는 가사로 인기를 끌었던 화제의 곡 9집 수록곡 ‘팥빙수’로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가벼운 율동까지 곁들인 윤종신은 “제가 데뷔한 지 21년이 됐다. 이번 공연에서 팥빙수를 부르면서 느꼈다. 21년 차 팬 답게 야광봉도 무거워하면서 박자도 못 맞춘다”며 팬들을 질책했다.

그리고 이제 “본인이 고른 가장 찌질한 곡 두 곡을 들려주겠다”며 ‘보고싶어서’ 와 ‘오래전 그날’을 선사했다.

‘보고싶어서’와 ‘오래전 그날’은 헤어진 연인에 대한 짙은 그리움을 노래한 곡이다. 이어 괴물처럼 기억에 들러붙어있는 연인의 기억을 노래한 ‘몬스터’를 엔딩곡으로 선곡해 공연 끝까지 재치와 위트로 가득한 선곡으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음유시인이란 수식어가 무색치 않게 이번 공연에서 그는 이별에 담긴 다양한 심정을 노래와 소소한 이야기에 담아 풀어내는 데 성공했다.

시처럼, 이야기처럼 음악을 대하는 윤종신의 마음가짐이 반영된 공연의 기획이 돋보인다. 그가 예능에서 활약하는 것 이상으로 싱어송 라이터 윤종신과 그의 노래는 더 진일보하고 있었다. 월간종신 다음 호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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