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의 소원은 시원한 장타력에 스코어를 어떻게든 줄이는 것. 이때문에 틈만 나면 연습장으로 달려가 볼을 두들겨 팬다. 웬만큼 연습을 하고 가뭄에 콩나듯 라운드해봐야 기량을 늘리기가 쉽지 않다.
재미난 사실은 엄청난 돈을 들여 스코어를 줄이려 하는 것이다. 왜 그리 비싼 그린피를 내고 적게 치려고 아우성인지. 고인이 된 고우영 화백은 이왕이면 같은 돈 내고 많이 치라고 했다. 많이 치면 몸 건강에 좋고 적게 치면 정신 건강에 좋다는 얘기. 하지만 불쌍한 아마추어 골퍼들은 프로들처럼 상금이 생기는 것도 아닌데 스코어를 낮추는데 목숨을 건다. 이때문에 골프는 참으로 이해하기 어려운 운동이라고 하나.
=이곳은 코스가 아닙니다
120타를 치는 골퍼. 한참을 플레이하다가 “이 골프장은 너무 어렵군”하고 말했다. 그러자 캐디 “손님, 이곳은 코스가 아닌데요. 골프장을 벗어났거든요.” 이 손님은 그린피를 안내도 되겠네요.
=연차에 따라 달라지는 캐디
국내 처럼 캐디가 아름답고 머리 좋은 도우미가 없다. 미모는 기본이고 4명의 골퍼를 수발(?)하는데도 고객의 클럽 거리와 성격까지 판단해 서비스를 한다. 그런데 처음에는 쉽지 않다. 날아가는 볼도 잘 보이지 않는다.초보시절 무턱대고 굿샷을 외쳤는데, OB가 나는 바람에 핀잔을 듣기도 했던 초보 캐디. 캐디도 연차에 따라 달라진다.
초보캐디는 무엇보다 친절하다. 볼 찾는데 헤매면서도 잘 뛴다. 몇타 첬느냐고 손님에게 스코어를 물어본다. 두달쯤 된 캐디는 클럽을 2~3세개씩 갖다 준다. 알아서 쓰라는 얘기다.
반년이 지나면 엉뚱한 볼을 한아름 갖다준다. 자신의 고객볼은 잘 찾지 못하고.
1년이 되면 임팩트때 소리만 듣고도 구질을 판단한다. 물론 볼이 어디에 떨어지는도 잘 안다. 볼도 잘 찾는다.
2년쯤 되보라. 손님에게 레슨도 해주며 가끔 손님의 핸드폰을 쓴다. 손님이 보지 않으면 클럽을 빼서 스윙도 한다. OB가 났는데도 아마도 살아 있을 거라고 기분좋게 만든다.
5년쯤 되면 고수다. 팀이 밀리면 조크도 한다. 물론 캐디 자신의 인격과 관계없다는 전제하에 야한 농담도 한다. 19금(禁)을 조절하면서. 볼이 OB가 나면 찾는 흉내만 낸다. 미운 5살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