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와 이탈리아가 차기 유럽중앙은행(ECB) 총재 자리를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프랑스 정부 고위 관계자들은 22일(현지시간) ECB 총재직 선출이 이번 유럽연합(EU) 정상회의 의제라는 사실을 부인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차기 ECB 총재 내정자인 마리오 드라기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가 ECB 수장 자리에 앉으면 ECB의 집행이사회 6명 중 이탈리아 출신은 2명이 되지만 프랑스 자리가 없어진다는 이유로 불편한 심기를 내비친 것이다.
드라기 총재는 23~24일 벨기에 브뤼셀에서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지만 프랑스가 반대할 경우 그의 임명은 지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드라기 총재는 이번 회의에서 EU 27개국의 지지를 만장일치로 얻어야 오는 11월부터 장-클로드 트리셰 ECB 총재의 뒤를 이을 수 있기 때문에 프랑스의 지지가 반드시 필요하다.
다만 EU 관계자는 프랑스가 드라기 총재의 임명을 방해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으며 프랑스 외교관들도 프랑스가 드라기 총재를 지지하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드라기 총재의 선임여부는 이탈리아가 자국 출신인 로렌조 비니 스마기 ECB 집행이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지에 달렸다고 프랑스 정부 관계자들은 말했다.
이에 대해 트리셰 총재는 "모든 ECB 이사의 임기는 8년으로 어떤 외부 압력에도 독립적으로 행동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니 스마기 이사는 지난 2005년부터 6년째 ECB 이사직을 맡고 있으며 오는 2013년 5월 31일 임기가 끝난다.
그를 ECB 이사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방법으로 드라기 총재가 떠난 이탈리아 중앙은행 총재직을 넘겨주는 것이 거론되고 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지난주 니콜라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과 면담 후 비니 스마기 이사의 사임을 압박했다.
앞서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지난 4월 프랑스가 드라기 총재를 ECB 총재로 밀어주는 대신 이사직에 프랑스 출신 인사를 밀어주기로 사르코지 대통령과 합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