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대표이사 대량 면직 사태 오나

입력 2011-06-24 09:37 수정 2011-06-24 0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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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명 불구속 기소…전용선 제공 놓고 법리공방 치열할 듯

- “스캘퍼 특혜 수년간 문제삼지 않더니…”불만

- “포괄적 법조항 적용 무리” 항변…공동대응도 논의

단순한 참고인 조사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 깨졌다. 검찰이 스캘퍼(초단타매매자)의 ELW(주식워런트증권) 부당거래를 수사하는 과정에서 12개 증권사 대표를 소환 조사한 데 이어, 지난 23일 전원 불구속 기소처분을 내렸기 때문이다.

10명이 넘는 자본시장 대표선수들이 한 번에 법정에 서야할 뿐만 아니라 법정의 판단에 따라 최악의 경우 12명의 대표이사가 여의도 증권가에서 퇴출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증권가는 불만의 목소리가 높다. 증권사 고위 관계자는 “현행 자본시장통합법(자통법)에서 규정하고 있는 불법행위에 대한 개념이 너무 모호하다”며 “불법행위라는 잣대를 대표이사에게 적용하는 것은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식의 무리한 법적용”이라고 비판했다. 아울러 검찰의 기소 조치에 대해 법적공방을 대비한 대응책 마련에 한창이다.

검찰은 이번 조사를 통해 증권사가 스캘퍼들에게 특혜를 제공한만큼 일반 투자자가 손해를 볼 수밖에 없었던 점이 ‘부정거래’로 판단했다. 또 일반투자자에게는 주문 유효성을 확인하기 위해 21개 항목을 점검하지만, 스캘퍼들에게는 일부 항목만 확인토록 하는 등 각종 편의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증권업계는 스캘퍼에게 전용선을 제공한 것은 관행적인 영업행위라고 강조했다. 수년간 스캘퍼에게 전용선 및 편의 제공이 광범위하게 이뤄졌지만 감독당국이 이를 문제삼지 않았다는 것.

특히 스캘퍼에 대한 검찰의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진 이후 나온 ‘ELW 건전화 방안’에서도 전용선 제공과 주문시스템 탑재 등 편의제공 항목은 허용된 점도 증권업계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전용선 제공을 내세우며 스캘퍼들에게만 특혜를 제공해 개인투자자들에게 손실을 떠안게 했다는 검찰의 주장은 무리가 있다”며 “법정공방을 통해 진실을 밝혀낼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대표이사들에게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법적 조치를 취하는 것도 지나치다는 주장이다.

A증권사 관계자는 “일부 스캘퍼와 해당 직원간에 금품이 오가는 불법행위에 대해서는 엄벌해야 하지만 관리감독의 책임을 물어 기소까지 하는 점은 지나치다”고 불평했다.

이에 대해 검찰은 “증권사 사장들이 전용선 제공 결재 서류에 직접 서명한 만큼 책임라인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주장했다.

증권업계가 검찰의 증권사 대표이사 기소조치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 중 하나는 사상 초유의 증권사 대표이사의 무더기 퇴출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사법당국이 ‘전용선 제공=불법’이라는 검찰의 주장을 수용한다면 현행법에 따라 10년 이하의 징역이나 5억원 이하의 벌금을 받게 된다.이 경우 자통법 상의 ‘금고 이상의 실형을 선고받거나 벌금 이상의 형을 선고받으면 현직을 상실한다’(24조3항)라는 규정에 따라 면직과 함께 향후 5년간 재취업이 금지된다.

이번 수사와 관련된 임원들도 이 규정에서 예외일 수는 없어 최악의 경우 수십명의 증권사 수뇌부들이 여의도를 떠나게 된다.

이에 따라 해당증권사들은 법무팀을 중심으로 신속하게 대응하겠다는 방침이지만 아직 공소장이 접수되지 않아 구체적인 방법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

증권사 법무팀 관계자는 “현재로서는 법률적인 검토와 변호인 선임 등 절차적 문제만 논의할 뿐 구체적인 대응은 마련하지 못하고 있다”며“재판이 열리면 무죄입증에 전력을 기울일 예정”이라고 전했다.

증권업계는 이와 함께 공동대응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형 증권사 관계자는 “아직 결정된 것은 없지만 이번 사건과 관련있는 증권사 법무팀들끼리 공동대응을 할 지도 논의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공동대응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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