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실패 '기업탓'만 하는 정치권

입력 2011-06-27 11:00 수정 2011-06-27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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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부동산·가계부채·동반성장 '중구난방'…감세 철회·반값 등록금 등 반시장적 대응

역시 이명박 정권도 역대 다른 정권 말기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았다.

물가·부동산·저축은행 PF(프로젝트파이낸싱)와 가계부채,동반성장등 경제 전반에 걸쳐 정책이 효과를 내지 못하고 실패로 돌아가자 가장 만만한(?) 대기업들의 팔을 비틀고 책임을 전가하는 비시장적인 전철을 밟고 있다.

정치권도 너나 할 것 없이 연일 ’재계 때려잡기’에 목청을 높이고 있는 형국이다.

특히 내년 총·대선을 앞둔 정치권에서는 재정건전성은 아랑곳없이 표를 얻기 위한 포퓰리즘 정책을 남발하고 있을 뿐 아니라 경제단체장 국회 청문회 출석이라는 ‘소환장’으로 압박하고 나섰다.

대한민국 정책 실패가 마치 대기업 탓인 듯 정부와 정치권은 연일 대기업 때리기에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정부의 가장 대표적인 정책 실패 사례는 뭐니 뭐니 해도 물가정책이다.

지난해 말부터 불안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물가를 잡기 위해 정부가 내놓은 대표적 대책이라곤 관세인하 뿐이다.

전문가들은 수출부진을 우려해 금리·환율 등 거시정책은 손대지 않다 보니 물가가 5개월 연속 4%대 고공행진을 이어가는 것은 당연한 현상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정부는 행정력을 동원해 대기업 압박에 승부를 걸었다.

이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을 시작으로 정부는 정유사 압박에 나섰고, 김동수 공정위원장은 15대 대기업 총수와의 연쇄 간담회를 추진하며, 오너들을 압박해 담판을 지으려는 비정상적 방법을 동원했다.

정부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도 통신사를 압박하자 통신사들은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기본료 1000원을 내렸다.

5% 성장률에 집착한 고환율·저금리 정책은 수입물가를 잡는데 실패하면서 물가불안을 자초했다. 물가상승이 실업난·소득감소·가계부채와 함께 발생하면서 실질소득이 줄어드는 등 결국 서민들에게 큰 충격을 주고 있는 꼴이다.

MB정부가 집권 후 3년 동안 펼친 부동산 정책도 ‘D’학점으로 평가받고 있다.

금융위기 직후부터 지금까지 주거안정과 주택거래 활성화 두 마리 토끼를 잡으려고 각종 대책을 쏟아 내놨지만 오히려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가장 실기한 부분은 전셋값 급등에서 입증된다. 서민의 주거안정을 위한 명분아래 내놓은 보금자리주택 보급 등이 수요자의 대기심리를 부추기며 매수수요자들이 전세로 눌러 앉으면서 전셋값만 급등시켰다.

금융감독 정책은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드러난 저축은행 부실PF를 과감히 정리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끌고 오면서 금융권 전반으로 부실확산우려까지 낳고 있다.

정책과 감독을 일원화 시키면서 현 정부가 임명한 김종창 전 금융감독원장은 정부의 코드 맞추기에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못했고, 이 시기에 저축은행과 유착이 가장 많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올 1분기 말 1000조원에 이른 개인부문 금융부채 역시 정부가 적절히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정부가 고강도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준비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보장할 지는 미지수다.

정부의 대·중소기업 동반성장 정책은 절름발이 정책으로 추락했다. 동반성장을 저해하는 고질적인 납품단가인하·현금결제 등의 구체적 현안을 제지할 수 있는 법제화 실행이 되지 않고서는 동반성장 정책이 실효를 거두기는 어렵다는 게 중소기업들의 입장이다.

중소기업이 길을 닦아 놓으면 대기업들이 다 쓸고 나가는 대기업의 습관성 시장잠식, 납품단가 인하 등 불공정 거래도 해결되지 않으면 동반성장 정책 실패는 불가피한 실정이다.

자유기업원 한 연구위원은 “대·중소기업간 동반성장은 잘하는 기업을 벌하는 것이 아니라 성과가 낮은 기업이 경쟁력을 갖추도록 하는 것”이라며 “시장에서 선별된 유망산업 분야를 중심으로 자생력과 경쟁력을 키워주는 중소기업 정책이 추진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설상가상으로 정치권도 법인세 감세 철회·반값 등록금 등 포퓰리즘 정책과 함께 노골적인 대기업 옥죄기에 나서면서 기업들의 경영환경은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법인세 인하의 경우 MB 정부의 ‘비즈니스 프렌들리’의 상징이었음에도, 정치권이 부자 감세라며 철회를 추진하면서 경제성장을 위해 기업활동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정부의 원칙마저 훼손하고 있다.

심지어 정치권은 경제5단체장에게 오는 29일로 예정된 대중소기업 상생을 위한 공청회 출석요구서를 보냈다.

특히 이번 소환은 지난 21일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기자 간담회에서 “반값 등록금과 감세 철회 등의 정책은 면밀한 검토 없이 즉흥적으로 나왔다”며 “선거를 앞두고 포퓰리즘적 정책에 대해 재계의 의견을 제대로 내겠다”고 말한데 대한 보복성격이라는 분석이다.

명분은 동반성장 문제 논의지만 기업인들을 압박해 표를 얻어보겠다는 속내가 깔려 있다는 얘기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양극화 심화로 민심이반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에서 대기업을 공격, 서민들의 표심을 얻겠다는 것.

결국 현 정부가 정책이 아닌 기업 때리기라는 반시장적 방법을 선택, 기업의 경영활동을 위축시켜 투자 축소-고용 부진-경제 성장 저하라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김상조 한성대학교 무역학과 교수는 “물가안정에 가장 효과적인 금리·환율 정책은 여전히 수출과 성장을 지원하는 쪽으로 가면서 공정위 등을 통해 시장가격을 억지로 눌러놓겠다는 것인데 이는 철저히 반시장적인 정책”이라며 “단기적으로는 성과를 낼 수 있을지 몰라도 장기적으로는 정부에 대한 시장의 신뢰가 훼손은 물론 억눌렸던 인플레 압력도 언젠가는 더 큰 파괴력으로 폭발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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