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매각 압박' 편치는 않지만 '흑자 경영' 빛나는 노하우

입력 2011-06-27 11:41 수정 2011-06-27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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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 · 이성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

워크아웃 속에서 흑자를 내는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과 이성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이지만 근심이 크다.

권오철 사장은 회사 매각 문제로 마음이 편치 않다. 하이닉스가 워크아웃을 졸업 했지만 매각 협상은 난항을 겪고 있고 적자에 허덕이던 회사를 흑자로 만든 그의 경영능력이 매각 이슈에 가려지기 때문이다.

이성 사장도 불편하기는 마찬가지다. 지난 2005년부터 3년 연속 적자를 냈던 대우일렉은 2008년 3분기부터 흑자로 전환했다. 2009년 이성 사장 취임 후에는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수익 중심의 경영으로 10분기 연속 흑자를 달성했다.

하지만 대우일렉은 워크아웃 노력과 함께 매각에 나섰지만 하이닉스와 같이 매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오철 하이닉스반도체 사장(하이닉스)

◇권오철, 경영의 고수 매각협상 난항에 가리어

권오철 하이닉스 사장(사진)은 지난해 3월 대표이사로 취임했다. 당시에는 D램 업황이 단기 고점을 찍고 하락하는 시기였다.

대표적 D램 제품인 DDR3 1기가바이트(Gb) 128메가(M)x8 1066메가헤르츠(MHz)의 고정거래가격이 지난해 5월 2.72달러로 고점을 찍고 12월 말 1달러 아래로 내려오면서 수익성 악화 요인이 됐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1분기부터 4분기까지 7991억원·1조451억원·1조112억원·4175억원의 흑자 기조를 유지했다. 또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12조987억원과 2조6962억원으로 하이닉스 설립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호실적을 이끌어냈지만, 권 사장은 겸손함을 보였다.

권오철 사장은 지난 3월 30일 경기도 이천시 하이닉스반도체 본사 내 아미문화센터 아트홀에서 열린 정기 주주총회에서 “하이닉스가 지난해 사상최대 실적을 낼 수 있었던 것은 협력회사의 아낌없는 지원 덕분”이라며 “용장, 지장,

덕장 중에 최고는 복장으로 나는 복장일 뿐 운이 좋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하이닉스의 최대 실적 이유 중 하나로 권 사장의 과감한 의사결정과 리더십을 꼽았다.

권오철 사장은 전형적인 하이닉스 맨이다. 하이닉스가 어려운 상황 속에서 주요 임원직을 맡으며 회사를 이끌었다.

하이닉스는 2001년 초 급격한 반도체가격 하락으로 유동성 부족 사태를 겪었고 같은 해 10월 채권금융기관(채권단)의 워크아웃(공동관리)에 들어갔다. 당시 권 사장은 경영지원 총괄 최고재무책임자(CFO) 상무였다.

워크아웃은 기업과 금융기관에서 서로 협의해 진행하는 일련의 구조조정 과정과 결과를 뜻한다. 기업 스스로 하기 힘든 내부 구조조정 작업을 채권 금융기관 주도로 진행하는 것이다. 워크아웃을 진행하고 있는 기업은 자유로운 투자를 하기 어렵다.

하지만 하이닉스는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 속에서 과감한 투자를 했다. 당시 채권단의 판단은 유동성 확보를 위해 설비투자를 줄이게 되면 중장기적인 영업력에 심각한 타격이 우려돼 신규시설자금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재무담당자가 회사의 재무 상태에 대한 명확한 전달 없이는 나오기 어려운 결과였다.

권오철 사장(당시 상무)는 워크아웃 이후 지난 2002년 3월 가진 기업설명회(IR)에서 “올해 시설투자 1조3000억원·부채상환 8000억원·이자비용 4000억원·현금원가 2조8000억원·운영자금 7000억원 등 총 6조원의 자금이 필요하지만 매출로 충분히 이같은 자금수요를 충족시킬수 있다”며 “기술 업그레이드가 계속되고 있고 원 가절감과 자구계획 등으로 현금을 확보해나가면 어떤 시장상황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에는 무모한 발언으로 받아들여지기도 했지만 권 사장은 회사에 대한 자신감을 보였다.

이후 권오철 사장은 전략기획실장(상무)· 대외협력실장(전무) 등을 거치면서 자주 공식석상에 나가 하이닉스의 투자 계획을 말하고 회생에 대한 자신감을 내비쳤다.

결국 지속적인 시설투자·적극적인 자구 노력·임직원들의 경영정상화 노력 등에 힘입어 하이닉스는 지난 2005년 7월 워크아웃을 졸업했다.

업계관계자는 “권오철 사장이 지금의 하이닉스를 이끈 원동력은 당시 경험에 비춰 회사 내·외부의 상황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다는 점”이라며 “공식 석상에 자주 나와 대외적인 이미지를 쌓았던 점도 대표이사로서 충분한 자질로 인정받았다”고 말했다.

이제 권오철 사장에게 남은 과제는 하이닉스의 매각이다. 하지만 최근 하이닉스가 흑자 행진을 보이면서 시가총액이 16조원을 다시 넘어섰다. 약 15%에 달하는 하이닉스 주주협의회(채권단)의 지분은 경영권 프리미엄까지 더하면 인수합병(M&A)시장에서는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가격이다.

매각 이슈와 협상 결렬 이슈가 오랫동안 지속돼 하이닉스 대표이사로서는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이성 대우일렉트로닉스 사장(대우일렉)

◇ 대우일렉 3년간 흑자경영 중심축 이성 대표이사

이성 대표이사(사진)는 지난 30여 년간 대우일렉에서 일한 전형적인 ‘대우일렉 맨’이다.

그는 대우일렉 프랑스 법인장·냉기사업부문장·해외영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이성 사장은 2007년 대우일렉 ‘클라쎄’ 브랜드의 중남미 첫 출시때 백색가전 사업본부장을 맡아 대우일렉이 국제적인 회사로 도약하는 데 공을 세웠다. 2009년 1월부터는 대우일렉 ‘영업총괄’ 업무를 맡아 특유의 추진력을 바탕으로 실적 개선을 이뤄내며 대우일렉 흑자전환에 일조한 능력을 인정받았다.

대우일렉에게 해외 수출 비중은 절대적이다. 대우일렉은 지난 2004년 10월 ‘클라쎄’ 브랜드로 드럼세탁기를 출시했으며 3년 만인 지난 2007년 9월 누적생산량 50만대를 돌파했다. 2009년 2월1일에는 100만 번째 제품을 출하했다. 이 같은 결과물은 해외 시장에서 선전을 의미하며 현재 전체 매출 중 해외 수출 비중은 85%에 달한다.

대우일렉은 이 와중에 매각 가치가 큰 국내 공장의 일부 부동산을 처분해 구조조정 자금으로 충당하고 알짜 해외법인은 점진적으로 확충하는 식으로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 졸업 방안을 모색해 왔다.

이성 대우일렉 사장은 2009년 초 취임 직후 “경기불황으로 대우일렉·GE·지멘스 등 모든 글로벌 가전업체가 힘든 상황”이라며 “매각 작업과 별개로 기업을 정상화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강조했다.

또 같은해 4월15일에는 서울 명동 세종호텔에서 열린 드럼세탁기 신제품발표회에서 “경쟁력이 없다고 판단된 디지털 TV 등 영상사업과 비주력 군소제품사업은 매각을 통해 정리하고, 백색가전 중심으로 재편해 수익구조를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이 사장은 이 발언을 한 직후부터 곧바로 현장 경영에 돌입했다. 그는 같은 달 22일 광주공장에서 드럼세탁기 캐비넷 투입 공정(외관 조립) 과정에 약 2시간 동안 직접 참여하며 부품 조립과 수평 맞춤 작업을 완수했다.

그는 사업 조정에 대한 발언으로 인한 임직원들의 불안함을 잠재우기 위해 현장에 직접 찾아간 것이다.

당시 생산현장 방문 및 체험은 주력사업 현장의 생산 활동성과를 직접 확인하고 직원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며 생산현장의 목소리를 직접 듣기 위한 것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이 사장은 기업가치 제고를 위해 수익성이 악화된 TV·에어컨·청소기 등의 사업부를 정리했고 냉장고·세탁기·전자레인지 등 백색가전 사업에 역량을 집중했다.

2009년 8월에는 두바이와 테헤란에서 중아지역 가전유통 관계자 총 400여명이 참석한 세탁기 신제품 런칭쇼에 직접 참여해 이성 사장이 직접 설명했다.

대우일렉은 이성 사장의 현장 경영에 힘입어 2008년 3분기 이 후 10분기 연속 흑자에 성공하면서 3년 연속 흑자를 기록했다.

이성 사장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연임에 성공했다.

하지만 권오철 사장과 같이 이성 사장을 괴롭히는 이슈 역시 매각이다. 대우일렉도 매각 협상 결렬이 반복되고 있다. 최근에는 이란의 엔텍합에서 매각 대급을 지불하지 않아 협상이 깨졌다.

매각 협상 결렬은 경영진에게 부담이다. 이는 부정적인 이슈로 부각되면서 경영활동에 지장을 주기 때문이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권오철 사장이나 이성 사장은 재계에서 어려움을 극복한 손꼽히는 전문 경영인이다”며 “반복되는 매각 협상 결렬로 경영 정상화를 이끌 성과가 희석되는 것은 안타까운 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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