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여제’ 라가르드 시대 열렸다

입력 2011-06-2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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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F 첫 여성 총재 탄생...비경제학자지만 사안 꿰뚫는 노련한 협상가

국제통화기금(IMF) 64년 역사상 첫 여성 총재가 탄생했다.

IMF는 28일(현지시간) 워싱턴D.C. 본부에서 집행이사회를 열고 새 총재로 크리스틴 라가르드(55) 프랑스 재무장관을 만장일치로 선출했다.

라가르드는 성추문으로 자리에서 물러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전 총재의 뒤를 이어 다음달 5일부터 5년의 임기로 활동한다.

라가르드는 “회원국들의 광범위한 지지에 감사하며 집행이사회가 보여준 신뢰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면서 “모든 회원국들이 한 뜻으로 IMF를 이끌어나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집행이사회 개최 전 IMF 최대지분 보유국인 미국이 라가르드 지지를 공식 선언함에 따라 그의 IMF 총재 선출은 사실상 확정된 상태였다.

이미 유럽국가들의 지지를 확보한 라가르드는 한국을 비롯해 중국 러시아 등의 지지도 얻었다.

라가르드에 맞서 총재직에 도전한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 총재는 막판에 일부 개도국과 호주, 캐나다의 지지를 얻었지만 리가르드를 제치기엔 역부족이었다.

라가르드는 IMF의 최초의 여성 총재인 동시에 경제학자가 아닌 법률가로는 처음으로 IMF 총재직에 올랐다.

그는 비경제학자지만 사안을 꿰뚫는 노련한 협상가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최근 그리스 등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 일부 국가에 대한 지원 협상은 물론 국제 금융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에게 필요한 정치력과 지도력을 갖추고 있다는 평가다.

라가르드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 국가대표 출신. 25년간 미국에 살면서 카고 소재 법무법인 베이커 앤드 매킨지 로펌을 이끌어 영어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미국의 신임을 받고 있다.

지난 2005년 자크 시라크 정부 당시 통상장관으로 발탁된 라가르드는 2007년 니콜라 사르코지 정부에서 농업장관으로 중용됐으며 이후 단행된 개각에서 재무장관으로 임명돼 역대 최장수 재무장관으로 기록됐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09년 라가르드 장관을 유럽 최고 재무장관으로 선정하기도 했다.

다만 2008년 아디다스의 전 소유주인 베르나르 타피에 대한 과도한 정부 배상금 지급 논란과 관련해 제기된 특혜시비와 직권남용 의혹이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검찰이 직접 조사에 나선 것은 아니지만 이 사안의 주무부처가 재무부였던 만큼 라가르드에게도 책임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IMF 수장으로서 라가르드에게는 해결해야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

그는 당장 그리스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 수습이라는 급한 불을 꺼야 하고 그리스 위기가 스페인과 포르투갈 등 유럽의 다른 나라로 번지는 것도 막아야 한다.

이번 총재 선출과정에서 나타난 신흥개도국들의 발언권 확대 요구를 무리없이 처리해야 한다.

신흥국들은 미국과 유럽의 IMF 총재 ‘나눠먹기’ 구도에 강한 불만을 표시했고 재정위기를 겪고 있는 유럽에서 총재가 나온 것에 대해서도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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