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마트 압박에 울며 내린 와인값

입력 2011-06-29 10:40 수정 2011-06-29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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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EU FTA 내달 발효돼도 무관세 혜택 9월께…수입업체 “손해 감수 조기 인하”

한-EU FTA가 발효됨에 따라 오는 7월 부터 와인 가격을 인하하기로 한 업체들이 실제로는 무관세 적용을 받지못하면서도 대형할인마트의 압박에 못이겨 가격을 내린 것으로 드러났다. 유럽 와인업체들의 행정절차가 늦어지면서 국내업체들이 무관세 적용 효과를 수개월 간 누리지 못할 것으로 보여 자칫 국내 와인값만 내려놓고 손해볼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이다.

29일 수입 와인업계에 따르면 유럽 와이너리들이 한국에 무관세로 와인을 수출하기 위한 자격을 얻지 못해 유럽산 와인가격 인하는 빨라야 9월 정도로 늦춰질 전망이다.

유럽산 와인을 무관세로 한국에 수출하려면 해외 와이너리들은 유럽 각국 정부로부터 ‘인증수출자 자격’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서 유럽산 와인 중 3위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이탈리아 와인 회사들은 아직까지 인증수출자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 국내에서는 무관세가 적용되지 않아 FTA 발효에 따른 가격인하 효과를 누리지 못하는 셈이다.

수입와인업체 한 관계자는 “몇 달전 부터 인증수출자 자격 취득과 관련해 유럽 업체들에 문의했지만 빨라야 9월이나 돼야 자격을 취득할 수 있다는 답변이 돌아왔다”며 "이탈리아의 경우에는 거래하는 업체 중 한 군데도 이 자격을 얻지 못한 상태다”라고 말했다.

스페인 와인업체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와이너리들이 정부로 부터 해당 자격을 취득하지 못했다. 그나마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곳이 프랑스다. 프랑스 업체 18곳 중 8군데만 자격을 취득했고 나머지 10군데는 진행 중으로 기약이 없는 상태다.

관세가 붙어 들여온 와인 재고가 3개월치 이상 남은 것도 가격인하에 부정적이다. 업체에서는 국내유통업체에 공급할 물량을 3개월 이상 갖고 있기 때문에 기존에 관세가 붙어 들어온 제품들의 경우 FTA 발효에 따라 가격을 낮춰 공급해야 할지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이 물량이 소진돼야 업체로서는 피해를 보지 않는다. 그렇다고 이미 관세가 적용된 제품의 경우 FTA 체결 이후 관세를 환급받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업계 관계자는 “세름 환급에 대한 문의를 해봤더니 모르겠다는 얘기만 돌아왔다”면서 난감해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대형유통업체들의 가격인하 압박으로 업체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 7월 1일부터 대형마트나 백화점에서 가격을 낮춘다는 걸 소비자들에게 보여주기 위해 10% 가량 낮은 가격으로 공급하라고 압박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1일부터 국내 굴지의 대형마트에서 FTA를 빌미로 업체들을 압박해 울며겨자먹기로 가격인하에 대한 합의를 봤다”며 “ 와인업체들은 무관세 적용이 언제될 지 모르는 상황에서 싸게 납품해 손해가 쌓여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국내 와인수입업체 1위인 금양인터내셔널은 미켈레 끼아를로 바르베라 다스띠 ‘라 꾸르뜨’는 13% 인하된 13만원에, 마스까롱 메독은 10% 인하된 가격인 4만5000원에 롯데백화점에서 구매할 수 있으며, 이마트에서는 간치아 모스까또 다스띠를 13% 인하된 2만2500원에 살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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