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 의회가 29일(현지시간) 유로존과 국제통화기금(IMF)과의 협상을 통해 마련한 재정긴축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로써 그리스는 유로존과 IMF 등이 제공키로 약속한 구제금융 중 5차분을 내달 중순 지원받아 당장의 디폴트(채무불이행) 사태는 모면하게 됐다.
또 추가 지원을 위한 전제조건을 충족함으로써 디폴트 위험없이 개혁을 이행할 수 있는 시간도 벌게 됐다는 평가다.
그리스 의회는 이날 치러진 긴축법안 표결에서 세율 인상과 재정지출 삭감을 골자로 하는 284억유로(410억달러) 규모의 재정긴축법안을 찬성 155표, 반대 138표, 기권 5표 등으로 통과시켰다.
이날 재정긴축법안이 의회를 통과한데는 게오르기오스 파판드레우 총리가 여당인 사회당 의원들의 결속을 이끌어낸데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사회당은 전체 300의석 중 절반에 불과한 155표를 차지하고 있으나 이날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다.
재정긴축안이 그리스 의회를 통과함에 따라 유럽연합(EU)과 IMF는 약속했던 구제금융 1100억유로 가운데 5차 지원금인 120억유로를 다음달 3일 집행하게 된다.
이에 앞서 30일에는 500억유로의 국유자산 매각과 관련한 세부 이행법안을 의회에서 승인받아야 하는데 이 역시 무난히 통과될 것으로 예상된다.
세부이행계획은 오는 2015년까지 총 280억유로(국내총생산 대비 12%)를 확보하는 지출축소와 수입확대 조치, 총 500억유로를 확보하는 국유자산 민영화 프로그램을 담고 있다.
유로존과 IMF 등은 구제금융 중 5차분(120억유로)을 내달 중순 받고 동시에 추가 지원의 길을 열려면 이 계획 및 이행 법안이 의회를 통과해야 한다며 그리스 정치권을 압박했다. 5차분을 제때 못 받으면 그리스는 유로존 초유의 디폴트를 맞게 된다.
한편 그리스 정부가 오는 2014년까지 국채 상환에 문제가 없도록 하는 추가 지원 방안을 확정하려는 논의도 가속할 것으로 보인다.
그리스가 민영화를 통해 300억유로를 확보하는 것과 별도로 유로존과 IMF 등은 550억유로 안팎을 추가로 지원하고, 그리스 국채를 보유한 민간투자자들이 만기도래하는 국채를 자발적으로 교환해주는 방안이 추진되고 있다.
그리스 최대 채권국인 프랑스에서는 보유 국채 70%를 교환해주는 방안을 놓고 벌인 프랑스 정부와 금융권의 논의가 진전을 거두고 있고, 프랑스 다음으로 그리스 채권이 많은 독일에서도 이 방안을 토대로 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긴축법안 표결 결과에 촉각을 곤두세웠던 그리스를 비롯한 유럽의 긴장감이 완화하면서 외환시장에서는 유로화 가치가 달러에 대해 0.2% 오르는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