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마]한국승용마, 토종이 경쟁력

입력 2011-06-30 10: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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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한라마

‘말’이라고 하면 우리는 경주용 말인 서러브렛, 작고 귀여운 포니, 1t짜리 거대한 몸집의 샤이어 등의 말들이 떠오른다. 놀라운 것은 이 세 가지 품종 외에도 무려 199여개의 종이 더 존재한다는 사실. 말은 원산지의 기후, 토양 및 기타 환경여건에 따라 외모와 습성이 다양하게 되었고 각 나라마다 고유의 202개 말품종이 관리되고 있다.

경마선진국인 영국은 28개의 고유 말(馬)품종을 가지고 있는 가장 많은 말 품종을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1톤짜리 거대한 몸집으로 유명한 샤이어(Shire), 사냥을 목적으로 개량한 헌터(Hunter) 모두 영국이 기원인 말들이다.

그 다음 순위는 크림색의 백마 아메리칸 크림(American creme), 점박이 말 아팔루사(Appaloosa) 등 25개 품종을 가진 미국, 19개의 품종을 가진 프랑스가 그 뒤를 잇는다. 가까운 일본도 4개의 품종을 보유하고 있으며 몽골 중동 이란 티베트 등은 각각 1개의 토종말을 보존하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안타깝게도 우리나라는 우리 것인 토종을 제대로 지켜내지 못하고 있다. 국제혈통서위원회(ISBC)가 인정하는 한국마사회 말등록원에 인증된 고유 품종은 아직 없다. 다만, 천연기념물 제347호로 지정된 제주마의 경우 종축 등을 담당하는 제주도 축산진흥원에 등록돼 관리되고 있다.

과거와 현재 우리 한국만의 고유 말 품종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오명마

조선시대 초기에 생산된 오명마(五明馬)는 세종대왕의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조선시대 고유의 말품종이다. 세종은 신품종의 말 생산에 심혈을 기울였다. 그 중 오명마는 토종말과 몽고 중앙아시아 말의 교배에 의해 탄생한 세종의 대표적인 걸작이다. 강하고 지구력이 뛰어났던 오명마는 4군 6진을 개척하고 물산이 풍부하게 한 부강에 기여한 기특한 존재였다. 온몸이 검지만 네발과 이마에는 흰털이 자라는 생김새부터 비범했던 오명마는 조선 초기 한국을 대표했던 명마로 기억된다.

하지만 조선의 부지런한 말 개량의 성공은 화를 가져오기도 했다. 명나라도 세종이 탄생시킨 명품에 눈독을 들였고 매년 1000마리의 말을 상납할 것으로 명령했던 것이다. 매년 많은 말들이 명나라로 건너갔고 크고 좋은 말들이 부족했던 조선은 임진왜란과 병자호란 때 고전을 면치 못했고 조선시대 세종의 야심작 오명마도 오늘날 흔적을 찾아 볼 수 없게 됐다.

천연기념물인 제주마는 현존하는 대표적인 한국 고유의 말 품종이다. 온순하고 영리해 사람을 잘 따르는 제주마는 1986년 천연기념물 347호로 지정돼 현재 2000여 마리 정도 있다. 제주마의 키(앞발굽에서 등선마루가지의 높이)는 113cm, 몸길이는 122cm 정도로 작은 체구이고 털 빛깔은 적갈색, 유백색 등이며 얼굴은 넓고 몸의 각 부위의 균형이 잘 잡혀 있는 작지만 다부진 생김새를 자랑한다.

통일신라 시절의 제주마는 현재 제주마보다 20cm 더 작은 크기인 90cm에 불과했지만 고려 때 탐라 총관부를 설치하며 몽고말과 교배되면서 그 크기가 커졌다. 태조 이성계의 8준마 중에 전쟁터를 용맹하게 뛰어다닌 웅상백이 바로 제주마였다고 한다.

현대에 탄생된 한라마는 토종 제주마와 경주마인 서러브렛의 교배종으로 1990년 후반부터 생산되기 시작했다. 이전까지는 제주산마로 분류되었지만 2010년부터 고유의 명칭 한라마라는 이름을 얻게 됐다.

서러브렛과 제주마의 장점으로 똘똘 뭉친 한라마는 서러브렛의 건강한 체격과 스피드 그리고 제주마의 지구력을 이어받았다.

한라마는 발굽이 강해 편자가 따로 필요 없고 일반적인 경마 승마용 말에 비해 튼튼한 발목, 강한 지구력이 한라마의 강점으로 꼽힌다. 한라마는 지구력대회용 말로서도 가치가 높은 상당한 경제성을 가진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할 말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정밀한 교배와 도태 과정을 거치지 않아 같은 한라마이지만 키가 130cm도 안되는 작은 말이 있는가 하면 150cm가 훌쩍 넘는 말이 있고 외모 또한 서러브렛과 흡사하거나 조랑말과 더 비슷하거나 하는 등 특징과 체구가 고정되지 않다는 약점을 가지고 있다. 한라마가 제대로 자국의 공인된 품종이 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점이다.

우리가 새삼 토종말(馬)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는 토종이 세계적으로 경쟁력이 있기 때문. 키가 작아 한국인의 체형에 잘 맞고, 관리가 쉽고 병에 잘 걸리지 않는 토종마를 개량해 한국형 승용마로 발전시킬 수 있느냐가 승마산업 발전에 큰 버팀목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말이 하나의 품종으로 인정받으려면 차별된 유전형질이 적어도 3대 이상의 후대로 이어져야 된다.

말산업육성법 시행을 앞두고 승마 산업의 붐을 기다리는 한국형 승용마 모델 창출이 어느 때보다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요즘, 체고와 모색, 성격 이 3가지가 고정되어 후대로 이어져 하나의 품종으로 인정받는 한국형 승용마 모델 창출이 서둘러 이루어지길 기대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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