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해자는 인근 고등학교 교사이자 열혈 환경운동가인 파울리로, 극단적인 사랑과 미움을 동시에 받는 인물이었다. 언제나 올곧은 모습으로 대부분의 학생들로부터 두터운 신임을 받았지만, 성적 문제로 학생에게 살해 위협을 받았으며, 집 문제로 이혼한 전부인에게 소송당하기 직전이었고, 동물 사육 방식을 둘러싼 다툼으로 동물원장으로부터 강력한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
이렇게 넘쳐나는 용의자 리스트에 수사팀은 골치가 다 아플 지경인데, 죽기 전날에는 시의회에서 파울리가 B8 도로 확장 문제를 둘러싸고 다른 시의원과 몸싸움을 벌이기까지 했다는 기사가 보도된다.
이쯤 되면 수사팀과 함께 마음속으로 범인을 점치던 독자들의 심경도 한층 더 복잡해질 수밖에 없다. 도로 확장 계획을 둘러싼 온갖 의혹을 파헤쳤던 파울리와, 그의 마지막 행적을 추적하는 형사들의 이야기는, 작품 배경이 독일이 아닌 이 땅이 아닌가 하는 착각마저 들게 할 정도로 우리의 지금과 닮았다.
작가는 이렇게 현실 문제를 작품 속에 적극 반영함으로써, 단순한 ‘범인 찾기’ 미스터리에서 한 단계 나아가 독자로 하여금 자신을 둘러싼 세상의 참모습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분위기의 사회파 미스터리를 완성시켰다.